You can make anythingby writing
C.S.Lewis
버려진 골목은 여러 날 굶은 듯했다
밥을 가득 담아줘도 구석으로 가버린다
큰길로 이사 간 집마다
골목을 놓고 갔다
몸을 접은 돌계단에 쪼그려 앉은 골목
삐걱이던 대문들도 소리를 걸어 잠갔다
오래전 떠난 소년을
기다리는 눈곱 낀 눈
금이 간 담벼락에 낑낑거림을 심는다
골목엔 눈보라만 찾아와서 흩날리고
오늘도 수신인 부재의
어제가 도착한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쌍봉낙타의 꿈>, <숲을 金으로 읽다>,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