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 #1

by 므므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여행을 가거나 연수를 갈 때에도

나는 부피도 크고 무거운 베개를 챙겨간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다음날 컨디션에 직격탄을 맞는다

감정 조절에 실패해 인간관계를 망치거나

명료하지 않은 뇌는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가장 힘든 건

저녁에서야 느낄 법한 피로를 아침부터 종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숙면은 나에게 부산을 떨어도 될 만큼 중요하다


얼마 전 1박 2일로 연수를 가게 되어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했다

이불을 둘둘 말아 베개로 사용하는 룸메이트를 보니

정성스럽게 이불과 베개를 챙겨 온 내가

유난스러워 민망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눕는 순간

내가 느낀 민망함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의식이라는 걸 깨닫는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이 무겁고 큰 베개를 챙겨간다

그러던 어느 날,

베개를 호텔 침대에 두고 한국까지 온 적이 있다

저렴하지도 않았던 베개 가격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을 때 투숙했던 호텔에서 전화가 왔다

당신이 당신 베개를 놓고 갔고,

fedex로 보내 줄 테니 주소를 보내 달라는 것이다

심지어 배송비는 무료라고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평생 몰랐을

호텔 서비스 항목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내 베개는

비행기도 타고

혼자 배에도 탄 용감한 베개다

그렇다 보니

나의 배게는

나에게 유난히 각별하다

벌써 10년이 넘은 시간을 매일 밤 함께하고 있는

그 베개를 이제는 당신에게 양보한다


<잠시 13, 우리가 '사랑'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사랑의 방식도 같은 건 아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