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해서 받았는데 전화를 어떻게 받았냐고? 손가락으로 눌러서 받았지!
전화를 받자마자 이런 소리를 들으면 전화를 받은 것이 후회된다.
전화를 건 사람의 입장에서는
‘평소 전화를 잘 안(못) 받는 의외에 시간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아 놀랐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듣다 보면 필자는
아래와 같은 생각들이 부지불식간에 뇌를 차지한다.
‘내가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았나?’
‘이게 그렇게 놀랄 일 인가?’
‘평소 전화를 잘 받았다고 비꼬는 건가?’
‘저렇게 놀랄 정도면 내가 이 시간에 전화 잘 안 받는 거 알면서 전화를 왜 한 거지?’
‘전화를 받자마자 왜 평가를 받아야 하지?’
‘뭘 어떻게 전화를 받아;; 손으로 터치해서 받았지;;’
’특별한 의도 없이 놀람의 표시로 하는 말 한마디에 나는 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지?‘
‘오래간만에 의외로 전화를 받았는데 자기 자랑이네;;‘
‘바쁘지만 의외에 시간에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받은 건데… 괜히 받았나?‘
’내가 전화를 받나, 안 받나 확인하고 싶어서 전화한 건가?‘
‘그래, 정 급하면 카톡이나 문자를 하겠지 역시 뭔가 집중하고 있을 때는 전화를 받지 말아야지 ‘
누군가는 별생각 없이 말한다면,
누군가는 별생각 없는 말 한마디에 별별 생각을 다 한다.
별생각 없이 말하는 게 문제일까?
별별 생각을 다 하는 게 문제일까?
기어이 우리가 함께 가고 싶었던 행성에 도착했지만
서로의 별은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고
우리의 별은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 버렸다
이렇게 우리 별의 다름은 결국 이별이 되어 버렸다
(번 외)
지금 우리 곁에 머무는 이들은
저마다의 별을 품고,
서로의 다름을 품어주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는
서로의 별을 용인하기 때문이며,
우리가 이별하는 이유는
더 이상 그 차이를 품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