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 넌 나를 듣지 않았고 난 말하지 못했다

넌 날 사랑한 적 없었고 난 그걸 끝까지 모른 척했다

by 므므

화가 난다.
그 사람에게도,
그리고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꾹 참고 있던 나 자신에게도.

대화는 늘 일방적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그는 나의 감정보다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말속 문장의 구조나 단어 선택을 지적했고,
내 울분에도 ‘팩트’를 따지기 바빴다.
그렇게, 내 감정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나는 그가 감정의 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 여겼다.
‘사실’에 민감한 사람,
눈에 거슬리는 걸 넘기지 못하는 사람,
서툴러서 그럴 거라고.
그래서, 그의 모든 결핍에 의미를 부여했다.

왜냐고?
그가 떠날까 봐 무서웠다.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사랑받기 위해’ 침묵했다.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왜 그리 어렵고 조심스러웠는지,
그의 “사랑해”라는 말이
왜 그리 공허하게만 들렸는지,
이제는 안다.


우리는 같은 말을 쓰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언어를 살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너한테 사랑한다는 건 뭐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 ‘사랑해’는
연인이니까 그냥 툭 튀어나오는 말,
정의하지 않은 말을
습관처럼 뱉고
그 의미는 나더러 해석하라고 던지는 말이었다.

'사랑'이 무언인지 정의하지 못하면서

연인 사이에는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며

나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강요했다.


나에게 ‘사랑해'는

그렇게 가볍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나는 내 심장의 무게만큼을 견디며
그 말을 끌어올려야 했다.

가슴에서 밀어올리는 고백.
그 말이 내 입을 떠나는 순간,
나는 늘 사랑을 증명해야 할 것만 같았다.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무거웠다.


나에게 사랑은
너무도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고
끝내 언어를 맞추려는 ‘노력’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그 다름을 ‘논쟁거리’로 삼았고,
나의 절박한 소통은
그에게 재미있는 대화 주제일 뿐이었다.

나는 '논쟁'이 아니라,
'노력'하려 했다.
그를 더 잘 이해하려고 애썼고,
나를 접어가며
그의 언어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췄다.


그리고 이별의 순간,
그는 끝까지
나와 언어를 맞추려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단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 원망은
그 사람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그를 위해 나를 버렸던
그때의 나에게도,
그의 방식에 익숙해지려 했던

비겁한 나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

나를 잃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사랑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끝내,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서로 다른 언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단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는다는

그 사실이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 원망은

그 사람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그를 위해 나를 버렸던
그때의 나에게도.
그의 방식에 익숙해지려 했던
비겁한 나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


나를 잃으면서까지

누군가를 지키려는 사랑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끝내,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서로 다른 언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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