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마음 앞에서 사랑했던 나를 안아주는 날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 사람과 나란히 있었던 것 같다.
늘 같은 시간에 오던 연락,
내 하루 안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던 이름 하나.
이제는 그 이름이
내 하루 어디에도 없다는 걸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배우고 있다.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연락이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손이 먼저 움직인다.
분홍색과 파란색 칫솔.
날 위한 작은 곰인형.
냉장고 한켠,
함께 마시다 남은 와인 한 병.
그가 좋아하던 요거트 하나.
별것 아니던 것들이
지금은 내 마음을 쿵, 하고 내려앉게 만든다.
함께였던 시간이 너무도 선명해서
그게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 아프다.
‘우리였던 시간’이 자꾸 떠올라 그래서,
더 아프다.
어제는 나아 진 줄 알았다.
이별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 만큼,
지쳤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내뱉던 순간의 공기,
그 사람의 머뭇이던 눈빛까지도
그땐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먼저 그만 하자고 말하면서도
떨리던 내가,
자꾸만 떠오른다.
아직 닫히지 않은
어제의 문틈 사이로
내가 다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저, 내 마음이 조금만 더 단단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가슴 깊은 곳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이별은
이제야 시작된다.
이제 혼자라는 사실보다,
그 사람을 향해 흐르던 마음이
갈 곳을 잃었다는 사실이 더 낯설다.
이별은 어떤 사람과 끝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사랑하던
‘내 모습’과 이별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다리던 나.
사소한 말에도 마음을 다 주던 나.
그 사람을 좋아하던 나.
우리였던 시간 속,
말 한마디에 웃고 울고,
조금쯤 상처받아도 괜찮다고 믿었던 나.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는,
그의 짐을 함께 짊어져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때 나는—
좋은 날엔 진심으로 웃었고,
서운한 날엔
먼저 말 걸어보려 애썼다.
그 사람이 편했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하나로
많은 걸 참아냈다
그러니
울컥해도,
괜히 멈춰 서서 한참을 가만히 있어도,
무너지듯 주저앉아도,
오늘은 괜찮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 사랑했던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기로 하자.
조용히 그 마음을 쓰다듬으며 말해보자.
“그렇게 사랑했구나,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