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진짜 외로움은 처음이지? 잠깐 같이 있자.
조금은 홀가분할 줄 알았다.
싸우지 않아도 되고,
서운함에 속상해 하지 않아도,
기다리던 연락에도
더 이상 기대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이별 후 알게 된다.
내 하루의 아주 사소한 조각들마저
기꺼이 나눌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세상에 나 홀로 뚝 떨어진 듯,
내가 이토록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사실 나는 늘 불만이었다.
그가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
오늘 내가 뭘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묻지 않는 그 무심함이 외로웠다.
우리의 연애가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잦아졌다.
형식적이라 여겼던
카톡의 아침 인사 “안녕 자기”,
밤이면 도착하던 “잘 자”.
무심히 흘려보냈던 인사들조차,
실은 내가 그의 하루 안에
조용히 머물렀던 시간이었다.
잠시 머물던 그 시간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나니—
나는 처음으로
아무도 내 하루를 묻지 않는
이 텅 빈 고요 속에서,
외로움의 깊이를 실감하고 있다.
이전의 외로움은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이 아니라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나 불만의 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외로움은 조금 다르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말하고 싶은 순간에
그저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내 하루가 눈물로 가득했든,
웃음으로 빛났든,
그 어떤 모습이었든
진심으로 궁금해 할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
언젠가부터
나의 사소한 일상은 그냥 그런 것들이었다.
굳이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도,
말할 이유도 느끼지 못한 채
그냥 흘려보냈다.
밥은 뭘 먹었는지,
날씨는 어떠했는지,
언제 잠들었는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무의미한 조각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무심히 흘려보낸 말들 속에
사실은 아주 작은 나의 조각들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사소하다고 여겼던 매일의 이야기들,
그 안에
하루하루의 나를
조금씩 담아 보냈던 것이다.
이제 나의 하루가 담긴 말들을
누구에게도 온전히 건네지 못한 채,
또 하루가 지나간다.
하루를 다 살아냈지만,
나를 나눈 아무 말도 남지 않는다.
가끔 다른 무언가로
공허한 시간을 채워보려 하지만
문득,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외로움의 무게를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듯 기대게 될까 봐.
덜 외로운 척,
괜찮은 척,
결국 또 나를 속이게 될까 봐.
그렇게,
나는 ‘혼자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릴까 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오늘 하루.
그는 없고,
나만 남은 시간 속에서 나는 오롯이
나의 외로움을 내 옆에 조용히 두고 앉는다.
그리고
외로움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조용히 속삭인다.
"안녕. 혼자는 처음이지?
나도 그래.
우리, 그냥...
같이 잠깐만 있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