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몰랐고 나는 기다렸다. 머뭇거렸고, 말없이 어긋났다.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무겁다.
아침에 그 사람의 전화를 받았고,
우리는 참 조용히 안부를 주고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작은 숨결에도 설렘이 스쳤을 텐데—
이제는 덤덤한 말들만
공기 속을 맴돌았다.
목소리는 서로를 향했지만
마음은 어디쯤인가 멈춰 있었고,
그저 조용히 떠나온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직 완전히
돌아서지 못한 채
오르막길 끝에 서 있었다.
지금 이 감정이
남은 마음인지,
그저 익숙함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사랑이란 게
애틋하고 아껴줘야 한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이렇게 '무뎌진 다정'도
사랑의 한 형태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내 일상을 궁금해하지 않았고,
나는 나의 일상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몰랐고,
나는 기대했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마음 앞에서
말없이 맴돌기만 했다.
돌아보면
그 안엔 작은 애씀과
서툰 다정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사람도 나도
그저 조금 안쓰럽다.
이별은 늘 갑작스러운 듯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멀어지고 있었다.
‘미안해’라는 말이 입에 붙고,
'괜찮아’라는 말로 버텼던 나날들.
그는 표현에 서툴렀고,
나는 그걸 사랑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였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언어로 사랑했고,
끝내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돌아섰다.
이제 와서야 알겠다.
그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그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었단 걸.
그리고,
그 옆에 있었던 나 역시
꽤 오래
참고,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일까,
지금 내 안에 남아 있는 건
끝내 닿지 못한 마음이 아니라,
그때의 우리도
괜찮았다고,
말 한마디조차 조심스러웠던 시간을
그저 그렇게 건너온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서툰 다정 속에서
조용히 어긋나버린 시간을 지나온 우리를.
머뭇거렸고,
끝내 말이 없었던 우리를.
붙잡아달라는 말 한마디조차
서로에게 너무 조심스러웠던,
그 날의 우리를.
그래.
그는 조금 늦었고,
나는 조금 빨랐을 뿐이다.
그게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