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웃어주던 네가 그리운 날들
내 말장난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기가 막히다며 웃어주던 사람.
지금은 문득,
내 말에 그렇게 웃어줄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다시는 그런 웃음을,
그런 눈빛을 마주치지 못할까 봐
그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에선가 불쑥,
내 안을 적시는 이 감정이
미련인지, 아직 말하지 못한 그리움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그를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못했다고,
그날은 감정이 복잡해서 그랬다고.
그날 낮,
헤어질 생각은 없었다.
다만 전날 밤,
답장이 없던 그의 무심함이 마음에 남았고,
날씨는 말없이 더워졌고,
하필이면, 내 글에 달린 악플 하나를 보고 나서였다.
그가 퇴근 시간을 한 참을 지나
온 카톡을 보며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바빴겠지’라며 넘기려 했지만,
이번에도 친구의 뒤편 자리를 차지한 건 나였다.
나는 또, 체념했다.
“회식 같은 일정은 미리 말해줘.”
그는 늘 말로는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 말이 행동으로 이어진 적은
몇 번 없었다.
그날,
내가 서운함을 그대로 꺼내 놓았다면
잠깐의 다툼으로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서운함 대신
체념을 선택했고,
1,075일의 무게를 담아 말했다.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
그도 알고 있었을 거다.
내 마음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는 걸.
변화할 자신이 없었을 테고,
다시 나를 실망시킬 미래가,
매번 미안해하는 자신이
싫었을 테니까.
그도,
반복되는 그 고리를
조용히 끊고 싶었던 것 같다.
변화를 택하기보단,
후회를 견디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덤덤했지만,
속으론 바랐던 것 같다.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아무 일 없던 듯
서로의 말장난에 웃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겠지.
그래도 마음 한편에선
속으로 되뇌었다.
“이번만큼은, 네가 먼저 붙잡아줘.
그러면 나, 못 이긴 척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사실은,
그가 붙잡아주지 않아서 슬픈 게 아니라
내가 끝내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게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말 대신 침묵을 택했고
등을 돌렸다.
조금은 멀어져 있던 마음,
이미 알고 있었던 대답,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나는 끝내
마음을 다 말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그냥,
그의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네가 앉아 웃던 그 자리가
내 기억 속에서 오래 비어 있는 듯하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그 자리를 대신해 조용히 머물러 있다.
그냥 이렇게,
그를 하나하나 기억한다.
이 기억들도
조만간 흐릿해질 테니까.
잊고 싶지 않아도
기억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