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있었다.
"아... 그게 오늘이었어? 알겠어! 그럼 일 잘 봐~"
갑자기 바빠진 나.
너는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당황해 했다.
"오늘은 나랑 놀아주면 안 돼?"
"아... 그래? 그럼 언제 끝나는데?"
"기다릴게. 끝나면 연락해~"
"미안해. 최대한 빨리 해볼게"
'이거 오늘 못 끝낼 것 같은데;;
날 기다린다고 하고 미안해서 어쩌지?'
‘그래도 기다려준 거 생각해서
조금은 시간을 내야겠다.’
나는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마음 한 켠에
찝찝함으로 남겨두고,
그가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하기로 했다.
게임을 하면서도 막상 즐기지는 못했다.
왼쪽 모니터에는
조금 전에 작업하던 파일을 열어두고
곁눈질로 왼쪽 화면을 자꾸 훔쳐봤다.
"또 죽었네 ㅠㅠ 이상하네. 오늘따라 게임이 왜 이래'
"뇌가 과부하 걸렸나 봐"
실은, 조금 전에 끝내지 못한 작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수가 줄더니
이를 악물고
빡겜 모드로 돌입했다.
평소 게임에서 지면 짜증을 냈던
나는 더 미안했다.
내가 짜증을 낼까봐,
그는 내 몫까지
2인분의 게임을 해야 했다.
그래도,
이렇게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좋았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함께 있다는 그 느낌.
너의 "사랑해"와
나의 "사랑해"는 달랐어도,
너의 "괜찮아"가
정말 괜찮은 줄 알았고
나의 "괜찮아"가
괜찮지 않다는 걸 몰랐어도,
서로의 말을
이렇게 오해하면서도,
우리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라고 믿었다.
말하지 않았고,
물어보지 않았지만
너도 나와 같을 거라고...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너에게 넌지시 나의 생각을 전하려
말 대신 유튜브 영상을 보내면
나와 다르게 해석하는 너의 말에
편협한 내 생각이 부끄러웠다.
내 말을 대신한 영상을 다르게 받아들여도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내뱉으면서도
3시간 넘게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 끝이
다른 길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광역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맞아.
그때 우리는,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소중함에
우리의 언어가 어긋나는 것 쯤은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