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재 개그를 받아주는 사람을 지켜주세요.
"너도 병이다, 병~"
"그... 뇌는 쓰라고 있는 거야~"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아재 개그의 말장난 같지도 않은 소리에도
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
징글징글하다면서도
매번 미소를 잊지 않았던 너.
나는 내 아재 개그가 얼마나 극혐인지 몰랐어.
가끔 "방금 건 좀 괜찮았다. 인정!"이라는
너의 말에 매번 용기를 얻었으니까.
팝콘을 고를 때에도
카라멜 맛도, 어니언 맛도 다 먹고 싶었던 나.
"그럼 반반 먹자"는 너의 말에
"싫어, 반반은 양이 적잖아."
"그렇다고 큰걸 두 개 시켜? 어차피 자기 조금 먹고 안 먹을 거잖아."
"마자! 근데 오늘은 많이 많이 먹고 싶어!"
너는 뭔가 결심한 듯 주문을 했지.
"카라멜 하나 주세요.
음료는... 자기 뭐 마실래?"
"나 환타!"
"환타 하나, 콜라 하나 주세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널 쳐다봤어.
그리고 말했지.
"어떻게 알았어? 보통은 어니언맛이 더 좋은데 오늘은 카라멜맛이 더 먹고 싶었어!"
"팝콘은 카라멜이지~"
"마자! 자기 엄청 똑똑하다~ 날 너무 잘 알아! “
실은 네가 카라멜맛을 좋아해서
나도 카라멜맛을 좋아하게 된 거지만,
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푸념 섞인 한숨을 내 쉬었지.
"에휴~~"
나의 소소한 억지에도
넌 짜증을 내거나,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어.
내가 투정을 부리고,
너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네 앞에서 알짱대며 엉뚱한 행동을 할 때면
한 손으로 나를 밀어내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있었지.
연상인 나를 보며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
"딸 하나 키우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었지.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너를 ‘아빠’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내게도 아빠가 있다면,
꼭 너 같은 아빠였으면 했어.
내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모른 척해주는 아빠.
나의 엉뚱한 소리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지 못해서 항상 미안해하는,
그런 아빠.
가끔 이 세상이
‘아빠’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저 세상으로 보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
너와 나는 이 세상에 함께 있으니까.
내게 '아빠'라는 존재는 꼭 너 같았어.
아무리 발로 차고,
울며 불며 밀어 내도,
그 몸짓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어르고 달래며 나를 안아주는 존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쩌다 이런 게 태어났나'라고 말하면서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러고 보니
너는 이렇게도
말과 행동이 달랐구나.
말과 행동이 다른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