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기 위해, 나는 오래 울고 있었던 것 같아

가장 어두운 바닥에서, 나를 알아봐 준 단 한 사람

by 므므

3년 전이었다.
나는 바닥을 뚫고, 그 아래로 더 가라앉고 있었다.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사는 거였다.

거울을 보지 않게 됐고,
밥은 입에 넣는 게 아니라
밀어 넣는 일이 되었다.

입을 다문 채
움직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는

나와 평생을 함께하자고 했던 사람이었다.
끝내,
그 사람은 나를 모욕했다.

내 잘못보다 더 큰 말들이,
내가 아닌 말들로 쏟아졌고
사람들 앞에서 나는 서서히 무너졌다.


나는 그 사람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내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정신도, 마음도
언제부터인가 느리게 죽어가고 있었다.

가라앉은 감정들은 부패했고
그 냄새는 언젠가부터 나에게서 났다.

감정인지,

고통인지,
그게 나인지도 잘 모르겠는 상태.


그러다,

너를 만났다.

찬밥을 입에 밀어 넣으며 눈물을 삼키던 나를
너는 가만히 바라봤다.

“괜찮아?” 대신
“나도 그랬어.”라고 말해줬다.

“나도 죽고 싶었어.
그래도 아직 살아 있더라.
너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나 봐.”

그 말이,
내 안에 단단하게 박혔다.

그 누구도 몰라준 나를
너는 알아봤다.

그때 처음,

날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숨 쉬는 게 아니라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는 마음.

살고 싶었다.


내가

“너를 잠시 비상구로 삼아도 될까?”라고 묻자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얼마든지.”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때 너는
“일단 내 뒤에 숨어 있어.”
라고 말해주는 사람 같았다.

너는
자신을 내어주는 걸 희생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건 너에게 당연한 사랑의 방식이었다.


그래서일까.
너를 만난 일이
운명 같았다.

모든 고통이
너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


너는
내가 나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준 사람이었다.

나를 구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너는 그저
곁에 있어주는 방식으로
내 곁에 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왜 그렇게 오래 울고 있었는지,
왜 그렇게 오래 버티고 있었는지.

아마도—
너를 만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는 너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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