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위로받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오늘의 일기

by 세강



쉽게 착각하는 것들이 있다. '저는 글쓰기로 치유 받았어요^^'라는 단순한 자기고백을 풀어놓으면 남도 위로 받는다는 환상이다. 그건 사실 글쓴 사람만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절대로 작가의 글로 '힐링'할 수 없다.


글로 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시스가 필요하고, 전제는 나(독자 자신)의 이야기인가? 혹은 공감할 수 있는가? 라는 조건을 포함한다. 그러니까, 내가 결혼에 실패했다거나 회사에서 쫓겨났다거나 하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들의 나열은 나만의 감정 정화일뿐 남에겐 '우스운 이야기' '어쩌라고?' 싶은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다. 하물며 글쓰기가 치유를 해줬다는 식의 이야기는 얼마나 더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그럼에도 쏟아지는 유사 윤슬체의 '당신을 위로할게요. 나의 글쓰기로:)'는 나의 경험과 감정을 전시하면 그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시길래요?


우리사회는 약자의 연대에서 일정한 서사를 부여하지만 왜 그런 서사를 가져갈 수 있는가는 말하지 않는다. 경험을 털어놓음으로써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Cheer up'한다는 서사는 거짓말이 아닌 진실이다. 사람들이 털어놓는 극한의 고통과 그 속에 담긴 삶의 진리와 진실, 부조리는 같은 처지의 사람을 위로하고 자신도 과감히 주류무대에 서겠다는 결심을 끌어낸다. '나만 겪던 일이 아니구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와 은둔형 외톨이들의 가시화, 청소노동자 처우에 대한 폭로가 의미를 갖는다. 그들의 '나도 이렇게 힘들었습니다'는 사회에서 지워졌던 자신의 위치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권리고, 같은 처지 당사자에게도 위치를 일깨워주는 용기가 된다. 나와 같은 처지인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 수 있구나 를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나는 글쓰기로 위로 받았어요'는 과연 어떤 의미인가? 당신이 위로받았다면, 그건 글을 쓴 당신의 일이다. 독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똑같이 써야 하는가?


글쓰기와 위로라는 신화가 브런치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브런치, 또는 에세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장은 기성 문단이 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윤슬체에 대해 쓰면서 '구멍 뻥뻥 뚫린 데에 독자가 마음대로 상상할 여지가 있다'고 썼다. '글쓰기로 위로받았네~~~'며 자신의 이야기를 빼곡하게 늘어놓은 글은 다른 차원에서 독자에게 상상할 여지를 준다. 이런 글들은 으레 글에 나타나는 감정과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모호할 때가 많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감정의 심연을 추적하거나 다양한 감정선이 드러나는 글은 작가의 감정에 독자가 압도되고, 이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글이 뜬구름 잡으며 감정의 실체에 바싹 접근하지 않고 이랬네 저랬네 빙빙 돌기만 하면 독자는 갈길을 잃어버리고 몇개의 단어가 주는 뉘앙스와 말맛으로 글을 읽게 된다. 그래서 위로, 치유, 안녕, 안온함, 극복, 회복 등 왠지 그럴싸한 단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글'처럼 보이게 된다. 독자의 머릿속에 내용은 없어도 단어들은 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실 누구도 위로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위로의 글인 셈이다. '진심으로 위로 하고 싶었어요?' 아니, 당신은 위로하지 못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중 태반은 '어쩌라고?' 생각했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라이킷'을 누른 사람들은 '제 브런치에도 놀러오세요^^'라고 생각했다.


때로 고삐 놓친 글들을 본다. 글의 고삐는 작가 자신이 오롯하게 쥐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채 감정이 고삐를 쥐는 경우를 수도없이 많이 본다. 이렇게 하면 멋있겠지, 저렇게 하면 슬픈 분위기가 나겠지 하며 쓰는 글들은 재미가 없다. 작가 자신이 감정을 소화 못 한 채 매몰 된 게 보여서 꼴사나울 뿐이다. 자신의 글쓰기 경험담을 나눠주며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하는 글은 무엇이 고삐를 쥐고 있는가? 오로지 선의 아닌가? 책을 출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계산속 아닌가? 누군가를 위로하고픈 사람이라면 내 글을 쥐고 운전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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