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개점하고 제일 힘든 일이 담배 이름 외우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담배 위치 찾는 일.
고객님들도 같은 담배 이름을 각자의 개성에 맞게 부른다.
줄임말로 부른다거나 브랜드는 빼고 담배 종만 말하는 등 고객님들 마다 특색이 있다.
그러니 담배 진열 위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담배를 못 찾고 있으니 답답하신 듯 직접 위치를 알려주시며 짜증내시는 고객님들도 종종 있다.
물론 고객님들이 다 짜증만 내시는 건 아니다. 나보다도 친절하게 예의 있게 대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고객님 중에 한 분은 꼭 담배를 보루로 구매하신다. 사시는 곳은 이 지역이 아니신데
전 점주님이 계실 때부터 오시는 고객님이다.
그 고객님과의 인연은 개점하고 한 이주쯤 뒤이다.
"****담배 한 보루 주세요."
"사만오천 원입니다. 고객님."
"담배 한 보루 사면 라이터 주던데 안 주나요?"
" 라이터요? 라이터는 따로 구매하시는 건데요?"
" 전에 사장님은 라이터 꼭 줬는데 안 줘요?"
"고객님 담배는 수수료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아요. 더군다나 수수료를 본사와 제가 나눠 가지니더 안 남아요."
"그럼 이거 취소해요. 라이터 안 주면 안 오면 되지. 저 위에 다른 편의점 가서 달라고 하고 사면되지.
내가 우리 마누라 꺼하고 두 보루씩 사는데 그 라이터 얼마나 한다고. "
" 고객님, 원칙은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고객님이 저희 단골 약속해 주시면 제가 드릴게요.
다른 가게에서 구매하지 마시고 꼭 저희 가게에서 구매해 주세요."
" 그럼요. 내가 우리 마누라 거 까지 번갈아 가며 두 보루 사요.'
"네. 감사해요. 라이터 여기 있어요."
난 육백 원하는 일반 라이터를 꺼내어 계산하며 전달드렸다.
"아! 이거 말고. 터보라이터. 내가 화물차를 운전하는데 일반 라이터는 자꾸 불이 꺼져."
" 잠시만요. 바꿔서 계산하고 드릴게요."
"사장 아니에요? 그냥 주면 되는 거 아닌가? 뭘 계산을 해?"
"고객님. 사장이어도 계산은 다 해요. 저희 신랑도 담배 돈 내고 사고 라이터도 다 돈 내고 사요.
사장이라고 공짜로 먹는 거 없어요. 이 라이터 제가 고객님께 사드리는 거예요.
고객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
" 그래도 내가 양심 없게 매번 달라고는 안 해요. 두 번 살 때 한번 정도 달라고 하지."
" 네. 고객님. 감사합니다."
TMI를 말하자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지리상 섬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래서 "**아일랜드"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이다.
우리 동네도 어디에나 있는 지역 맘카페가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라
가입을 하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어디 가게 오픈 하면
"거기 새로 생긴 곳 어때요?"
글이 바로 올라왔고
다녀온 사람은 주관적인 글로 가득했다.
"거기 별로였어요. 전"
"그래요? 가려고 했는데. 가지 말아야겠네요."
또는 "거기 식당 가보셨어요? 주인이 정말 불친절해요."
등 이런 글들이 올라오면 그 가게는 우리 동네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서 가게가 빠지고 새로 생기고 자주 그랬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아일랜드에서 장사하기 힘들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물론 오래전 일들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종종 저런 글들이 올라온다.
그렇다. 이런 말 많은 동네에서 내가 편의점을 운영한다.
이 동네에서 14년을 살고 있다 보니 많은 일들을 알게 됐고, 입방아에 오르는 편의점이 되기 싫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매출에 플러스되면 좋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그 고객님께 몇 달째 라이터를 선물로 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