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는 아이 - 여섯 번째 발걸음
"오늘도 아이를 기다리고, 웃고, 기다리는 하루였습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쁨과 소중한 마음을 담아봅니다."
3월 22일 금요일
나는 치킨을 진짜 좋아한다.
삼겹살도 좋아하고 소고기도 좋아하지만,
치킨은... 음. 냄새만으로도 기분이 막 좋아진다.
치킨은 따뜻하고, 바삭하고,
기다릴 때마다 심장이 퐁퐁 뛴다.
오늘은 밥이 먹기 싫었다.
그냥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근데 어제도 먹었기 때문에, 엄마는 말했다.
“윤현아, 어제 먹었잖아. 오늘은 안 돼.”
나는 이미 입이 뾰족해졌고,
혼잣말이 나왔다.
“치킨은 매일 먹어도 맛있는데요..”
나는 조용히 내 방에 와서 핸드폰을 들고
아빠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빠... 치킨 먹고 싶어요. 엄마 몰래 시켜줘요.
나 오늘 착하게 있었어요.]
조금 있다가 아빠한테 답장이 왔다.
[알겠어. 근데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
치킨 오기 전까진 조용히 기다려야 해.]
나는 손으로 입을 막고 소리 없이 웃었다.
근데 치킨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배고픈 마음은 먼저 도착했는데,
치킨은 아직도 안 왔다.
시간이 뚝뚝, 너무 천천히 떨어졌다.
시계가 잠깐 멈춘 것만 같았다.
나는 자꾸 왔다 갔다 했다.
엄마가 물었다.
“윤현아, 배 안 고파? 지금 저녁 먹을까?”
식탁에 있는 콩나물무침을 보고 나는 말했다.
“배 안 고파요.”
치킨이 안 와서 내 마음이 뛰고 있었고,
콩나물무침을 보니까 그 마음이 더 뛰었다.
그리고,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엄마가 문 앞으로 가고,
치킨 냄새랑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말했다.
“치킨 누가 시켰어?”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빠를 쳐다봤다.
엄마가 한숨을 쉬었을 때,
치킨 냄새가 그 사이를 쓱 지나갔다.
우린 눈치채지 못한 척,
같이 눈치를 봤다.
아빠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시켰어. 내가 먹고 싶어서.”
치킨 냄새 사이로,
나랑 아빠만 아는 마음이 바삭바삭
떠다니는 것 같았다.
엄마는 나를 한번 보고,
아빠도 한번 봤다.
나는 그 눈빛을 알았다.
‘또 아빠가 문제구나.’ 하는 눈빛..
심장이 쿵쾅쿵쾅. 바삭바삭했다.
엄마는 한숨을 쉬더니
치킨을 들고 식탁에 올려놨다.
“그래. 오늘까지만. 다음부턴 그러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이 자꾸 나왔다.
치킨은 따뜻했고,
냄새는 바삭했고,
기분은 맛있었다.
나는 참는 아이지만,
오늘은 못 참았다.
치킨은 못 참는다.
윤현이는 치킨을 정말 좋아한다.
삼겹살보다도, 소고기보다도, 치킨.
그 아이가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늘 저녁, 나는 그 장면을 미리 알고 있었다.
카톡 메시지 하나 덕분이었다.
"아빠... 치킨 먹고 싶어요. 엄마 몰래 시켜줘요."
그 문장은 '아빠랑 윤현이의 카톡 방'이 아니라,
'가족 단톡방'으로 왔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이 말랑해졌다.
어제도 먹었는데, 오늘도 그렇게 간절한 아이의 마음.
무언가를 ‘참고 있는 아이’가,
오늘은 한 가지를 못 참겠다고
살며시 내민 작은 바람이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기다렸다.
띵동 소리와 함께, 치킨 냄새와 함께 들어오는 윤현이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눈치 보면서도, 눈이 반짝였던 그 얼굴.
아빠를 바라보던 조심스러운 눈빛.
윤현이는 참는 아이다.
너무 많이 참는 아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못 참아도 되는 날로 남기고 싶었다.
그날 치킨은 따뜻했고,
우리의 저녁 식탁은 웃고 있었고,
윤현이의 마음은, 정말 맛있었다
사실... 나는 시켰다.
내가 치킨이 먹고 싶었다.
정확히는 우리가 먹고 싶었다.
윤현이가 보내준 그 카톡을 보고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메시지가
'아빠랑 윤현이 단톡방'이 아니라
'가족 단톡방'으로 왔다는 거였다.
나는 그걸 보는 순간,
아, 오늘 이 집에서 나는 혼난다...
라는 걸 직감했다.
근데도... 시켰다.
왜냐면 윤현이가 너무 귀엽게 말했으니까.
"나 오늘 착하게 있었어요"
그 한 줄에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치킨을 기다리는 동안,
윤현이는 왔다 갔다, 또 왔다 갔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눈만 반짝였다.
그 눈빛은 꼭
“들켰을 때는 아빠가 다 책임지는 거예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들켰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우리를 한 번씩 바라봤다.
그때 나는 그 눈빛을 알았다.
“또, 당신이 문제구나.”
나는 그 말 없는 한마디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웃었다.
치킨은 따뜻했고,
윤현이는 바삭했고,
나는 오늘도 혼났다.
치킨 한 조각보다 따뜻했던 건,
윤현이의 웃음이었다.
#아빠는 오늘도 눈치게임 중
#여보 모른척해줘요
#내가 시켰다 왜 말을 못 해
#애는 웃는데 나는 혼난다
#그냥 조용히 시켰을 뿐인데
#윤현이 한텐 내가 히어로인데
#치킨주문하고 닥친 위기
#다 치킨 탓이야
#윤현아 근데 진짜아빠는 몇 위냐
윤현이가 아빠 찬스를 쓰는 이유는,
주로 치킨이 먹고 싶을 때입니다.
이는 종종 엄마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윤현이는 치킨이 오기 전에는 방방 뛰고,
치킨을 받고 나서는 신나 하고,
치킨을 먹은 후에는 행복해집니다.
윤현이에게 치킨은, 가장 맛있는 웃음입니다.
"하루를 참아낸 아이,
하루를 기다려낸 엄마,
하루를 웃어준 아빠.
조용히 흐르는 우리 집의 저녁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작은 용기를 껴안았습니다.
오늘도, 치킨 냄새처럼 따뜻했던
하루를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