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가 '시작'이 되고 나서야 보이는 소소한 행복
#엄마의 직업
- 얘들아 엄마 직업이 작가라면 어떨 것 같아?
1 엄마는 책 읽는 거 좋아하니까 멋진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엄마 회사 그만뒀어요?
3 엄마 작가야?
2 엄만 이미 작가야.
- 엄마가 벌써 작가가 됐어?
2 응! 엄마는 "작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우리 내일 저녁은 뭐 먹을까요?
2 엄마 우리 내일은 치킨 먹어요.
1 엄만 치킨 싫어해. 엄마 내일 초밥 먹어요.
3 난 초밥 싫어 짜장면 먹으러 가요.
- 한 가지로 통일은 안 되겠어?
1 엄마, 우리나라도 못하는 통일을 우리가 어떻게 하겠어요.
- 라면 먹을래?
# 따끈따끈 말랑말랑 찹쌀떡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삼형제를 깨우러 방에 들어가는데 아이들의 체온으로 온 방이 훈훈하고 이불속에 폭 들어가 자고 있는 아이들은 마치 방금 만든 찹쌀떡처럼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하다.
- 따끈따끈 찹쌀떡들 아침이다 일어나자.
1 엄마 전 찹쌀떡 안 먹으니까 따끈따끈 호빵이요. 피자호빵으로 해주세요.
3 그럼 난 삼총사분식에서 파는 호떡 할래.
2 통일 안 하면 찹쌀떡도 안 시켜주겠지.
#퇴근
저녁 6시 30분 일하던 방문을 벌컥 열고 나와
- 아싸!!! 퇴근이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면 집안 구석구석 놀고 있던 삼형제가 뛰어나와 기쁨의 딴쓰딴쓰를 추며 축하해 준다.
남들 다 하는 말처럼 행복이 별 건가 싶다.
인생은 늘 내가 의도한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음악을 전공하고 근사한 바리스타의 삶을 꿈꾸다 삼형제의 엄마로 이혼녀가 되어 살아갈 나를 꿈에서도 상상해 본 적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상치 못한 인생은 불행 하기만 한가? 그건 또 아니었다.
살아보니 아무리 괴로운 순간들이 첩첩산중 말 같지도 않게 펼쳐지는 순간, 그 속에도 나의 행복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고민과 문제와 어려움을 만들어 냈던 나의 이혼은 이제 막 완성되었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난 치열하게 고민하고 누구보다 멋지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나의 이혼을 내가 그렇게 완성했다.
혹시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당신이 이혼이라는 큰 산 앞에서 멈춰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안타깝지만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행은 당신 불행의 끝이 아니다. 그러니 그것이 뭐가 됐든 깊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나아가 무찌르고 이겨버려라. 멈춰 서서 아무것도 안 한다면 지금의 괴로움에 패배감까지 더해져 결국엔 더 큰 불행을 나 스스로 만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극단적이지 않길 바란다. 충동적이지 않길 바란다.
앞날을 미리 예상해 보고 대비한 후 들어섰지만, 이 길엔 곳곳에 폭탄이 숨겨져 있고 지름길 처럼 생긴 길이 세상 빙빙 돌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그리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사람도 만나서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내 안에 가득 채운 다음 힘내서 결정하길 바란다.
힘을 내 맞서 이긴 이후엔 꽤나 달콤한 행복과 평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