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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씨 Jul 16. 2023

당신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온 세상 사람이 다 알았지만 한 사람은 끝까지 몰랐던 나의 매력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항상 따라다니던 수식어가 있는데 바로 '수다쟁이'이다.

때로는 그 입 좀 가만히 둘 수 없겠냐는 사람도, 나의 수다에 위로와 안도를 받았던 사람도 있었다. 

한 번은 친한 선배와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경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 동안 1분도 쉬지 않고 떠들며 온 적이 있다. 도착할 때쯤 선배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단 1초도 안 쉬고 말할 수 있는 거지?"라며 경악스러워했다. 하긴 사실 차에서 내릴 때 나도 목이 아프긴 했다.


주제가 끊임이 없는 편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야깃거리가 끊임이 없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어떤 주제든 끼어서 말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나의 마음을 오만이라고도 하던데, 그건 날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아는 체를 하며 나의 지식을 뽐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말에 박수를 치고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서 미치겠는 마음이다. 아, 이걸 오만이라고 한다면 오케이 인정.


그 사람은 이런 나의 수다를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 모르겠다. 영혼 없는 대답으로 귀는 열어두었으려나? 늘 회사의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왔고, 핸드폰 게임을 했고, 잠을 잤다. 

우린 분명 게임을 함께 하며 데이트를 했고, 끊이지 않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목소리가 그에게 닿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말해도 닿지 않으니 그에게 닿을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평생 말 잘한다 소리 듣던 내가 그 앞에서 처음으로 말 문이 막혔고, 억지와 다름없는 그의 다른 말들을 이끌어낼 자신이 없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나 스스로를 하찮다 생각하게 된 게. 내 사람 중 나를 제일 귀하게 여겨줘야 하는 사람이 나를 하찮고 부질없다 생각하는 게 느껴져 나도 나를 별 볼일 없다 생각했나 보다. 


<작년엔 몰랐는데 어쩜 이렇게 매력이 넘쳐흘러요? 당신 매력에 푹 빠져 버린 것 같아요! 어떡하면 좋아?>

작년에도 이어 올해도 함께 일하는 분이 업무를 마치고 함께 지하철역으로 가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대는 나에게 말했다. 난 잠시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진심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쵸? 저 매력이 철철 넘치죠? 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답니다!'하고 대답했다. 아침부터 먼 곳까지 이동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하루종일 이야기를 나누느라 소진된 나의 체력과 집중력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맞아! 난 멋져! 난 최고야! 난 진짜 매력쟁이야!>

마치 세상에 태어나 그런 아름다운 말은 처음 들은 사람처럼 행복해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는 예쁜 말 한마디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단점을 찾기보다는 장점을 먼저보고 부정을 하기보다는 긍정을 먼저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서 내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말들이 다른 이에게 다가가 행복이 되는 사람이 돼야지 다짐했다.


말 한마디가 참 그렇다. 어떤 말은 나를 병들게 했고, 어떤 말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게 뭐라고, 그런 말 한마디 누구나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었는데 그 덕에 난 행복한 매력쟁이가 되었다. 

어느 순간 세상만사 부정적이고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던 내가 깊은 바다에서 갓 잡아 올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하루 종일 주말 내내, 그렇게 한참 동안 심장이 두근거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비단 아름다운 그녀의 말 한마디가 아니다. 오래 봐온 친구,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우리 큰애의 말 한마디도 모두 나를 행복하고 충만하게 만든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사람 참 간사하다.' 하는 마음이 든다. 그깟 말 한마디에 죽네 사네, 좋네 나쁘네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는 내가 간사하게 느껴진다. 

헌데 또 그럼 어떤 가 싶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내 마음의 짜릿함을 오롯이 느끼며 행복하다.

오늘도 아빠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삼형제의 '엄마 좋은 아침?' 하는 카톡 한마디에 하늘을 날듯이 기분이 널뛰는 걸 느끼면서 그럴 수 있지 하며 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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