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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Apr 01. 2024

제1회 총동문회

동문회를 마치고

 몇 년 전부터 연 1회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부족한 교재교구를 구매하도록 약간의 지원금을 준다. 올해는 추석 무렵 지원금이 지급되었다. 그간 에어바운스를 구매하고 싶었으나 여의찮아 구매하지 못하다가 올해는 에어바운스를 구매했다. 우리 아가들이 에어바운스를 즐겁게 타는 모습을 보니 졸업생들 생각이 난다. 졸업한 친구들은 행사할 때만 에어바운스를 잠시 임대해서 놀았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데 놀이기구를 반납할 때는 늘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제 구매했으니 에어바운스 놀이도 마음껏 할 수 있어 좋다. 이번 추석에는 연휴가 길다. 그간 많이 못 해줘 아쉬웠던 에어바운스 놀이도 하고, 추석이면 매번 하는 송편 만들기,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 놀이, 딱지치기 등 전통 놀이 체험도 하고 이번 추석 연휴에 보고 싶고 궁금했던 졸업생들을 초대하고자 마음먹었다.


우리 어린이집은 졸업생 부모님들을 위한 단체 카톡방이 따로 있다. 서로 좋은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공간이다. 단체 카톡방에서 알찬 정보도 많이 올려 주고 활동을 활발히 해주시는 어머니께 총 동문회장을 맡아 제1회 재롱이 총동문회 개최를 도와 달라 부탁드렸다. 흔쾌히 허락해 주신다. 우선 동문회장님께서 추석 연휴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있는 날을 잡기 위해 단체카톡방에 투표를 올렸다.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 3일 13시가 참석인원이 제일 많다. 나도 그날이 좋다. 긴 연휴 마지막 날 오후에 오랜만에 졸업생 친구들을 만나 회포도 풀고 밝은 에너지를 받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 회장님의 공지로 10월 3일 13시 대망의 제1회 재롱이 총동문회 (homecoming day) 개최를 공표하며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이 기다려진다.


대망의 2023년 10월 3일 들뜬 마음으로 송편 만들 준비와 환영 카드도 만들 겸 아침 일찍 어린이집으로 나갔다. 나의 든든한 지원군 아들과 며느리도 졸업생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줄 뽀로로 풍선 바람개비와 환영 파티에 사용할 케이크를 사 들고 일찌감치 도착했다. 12시가 조금 지나자 띵~ 똥 하고 어린이집 벨이 울린다. 아윤, 원우 남매가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도착했다. “딩동댕 안녕하세요?”하고 영세부터 두 살까지 다녔던 원우가 인사를 한다. 영세 때에 원장님 소리가 어려운지 나를 딩동댕이라 부르더니 초등학교 일 학년이 된 지금도 나를 만나면 딩동댕이라 부른다. 아윤, 원우를 필두로 재롱이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고 졸업해 지금 초등 2학년이 되도록 같은 반에서 잘 지내는 하은이와 서윤이가 손잡고 어머님들과 함께 들어온다. 의젓하게 잘 자랐다. 아현, 도현 남매와 부모님, 지오, 승원도 부모님들과 함께 도착하고, 캠핑 갔던 소현, 성현 남매도 캠핑 갔다 돌아오는 길로 짐은 던져놓고 달려왔단다. 모두가 밝고 씩씩한 모습이라 더욱 반갑고 보기 좋다. 


아버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에어바운스에 공기를 넣어 설치했다. 에어바운스가 세워지자 큰 아이 작은아이 할 것 없이 우르르 올라간다. 이쪽에서 펄쩍펄쩍 저쪽에서 우당탕탕 균형이 맞지 않아 한쪽으로 쏠리며 위험하다. 큰 아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어린 친구들은 넘어진다. 아차 싶다. 초등생과 유치원생을 분리해서 타도록 했다. 고학년의 누나들은 어린 동생들이 바운스 놀이 하는 동안 안전하게 타도록 보살피기도 한다. 그 모습이 마냥 흐뭇하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멋진 모습으로 잘 자랐다. 우선 유치원생이 타는 동안 초등생 친구들은 부모님들과 송편을 만들었다. 송편이 향긋한 솔향을 풍기며 익는 동안 자기들끼리 모여 앉아 윷놀이도 한다. 말판을 놓을 줄도 안다. 많이 자랐다. 한쪽에서는 딱지치기며, 투호 놀이도 했다.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다. 초등생인 성현이는 어린 동생들이 에어바운스를 타는 동안 잠시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원장 선생님 제 친구도 데리고 왔어요” 하며 같은 학교 친구 두 명을 데리고 들어 온다. 그 순수함에 부모님들과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동네 친구까지 참석한 푸짐한 동네잔치가 되었다. 

   

 모두가 다 모인 시간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축하 노래를 나의 우쿨렐레 연주에 맞춰 불렀다. 아이들과 어머님, 아버님 모두가 함께 노래 부르며 손뼉을 친다. 함께라서 더 즐거운 파티다.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둘러앉아 손수 빚은 송편과 케이크를 먹으며 지난 추억과 그간의 근황을 서로 묻고 나누었다. 출생률 저하로 어린이집의 존폐 위기에 대해 걱정도 해준다. 처음으로 시도해 본 총동문회(homecoming day), 여러 부모님의 도움도 컸지만 씩씩하게 잘 자라 밝은 모습으로 참석해 즐겁게 놀아준 우리 졸업생 친구들 덕분에, 풍성하고 즐겁고 아름다운 한 페이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참된 시간이었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지만, 이번 1회 동문회를 계기로 2회, 3회… 주~욱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씩씩한 모습으로 찾아와 밝은 에너지를 듬뿍 안겨주고 떠난 나의 아가들의 앞날에 건강과 활력이 넘치기를 기도하며 허전함과 흐뭇함이 뒤섞인 행복한 마음으로 이 소중한 추억을 마음 깊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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