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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Apr 08. 2024

선물의 무게

사명감을 심어준 선물

 첫돌을 막 지난 볼이 통통하고 동그란 눈동자가 유난히 까만 똘망똘망 귀여운 아가 서진이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린이집에 왔다. 서진이는 맞벌이인 부모님을 대신해서 할머니와 1주일의 적응프로그램을 마쳤다. 야무지고 똘똘해서 금방 어린이집에 적응하여 귀여운 미소로 어린이집을 환하게 밝혀준다. 1년 뒤 동생 우진이가 태어났다. 어머니께서 육아휴직 6개월을 쉬고 동생 우진이도 우리 어린이집에 적응시킨 후 복직하셨다. 그때부터 서진, 우진 남매는 우리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는 남매 원생이 되었다.


어머니의 출근 시간에 맞춰 미처 잠도 깨지 않은 아가들을 한 아이는 등에 업고 한 아이는 품에 안고 두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고는 서둘러 출근한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힘들다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수고에 늘 감사해했다. ‘육아는 양보다 질’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퇴근 후나 주말에는 평일에 못 해준 아이들과의 시간을 채우려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멋진 부모다. 어머니께서는 그 바쁜 와중에도 어린이집 운영위원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연임으로 맡아서 원의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아버님 또한 우리가 소속되어 있던 인천지회 유치원 숲 연합협회에서 주최했던 아빠와 아이들만이 참여하는 1박 2일 캠프 행사로 “아빠 어디 가? ”라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여 아이 둘을 데리고 캠핑카에서 1박으로 하는 행사도 거뜬히 해내는 가정적이며 헌신적인 아버님이시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아빠 골든벨에도 참여해서 장려상을 받았을 정도로 육아에 관심이 많고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다. 원장인 나도 이 부모님의 육아관과 적극적인 육아에 감동하는 일이 많았다.


큰아이 서진이는 세 살이 되어 예쁘게 잘 자라 유치원을 잘 다니고 있다. 둘째인 우진이도 멋지게 잘 자라 세 살이 되어 졸업하던 날이다. 우리 어린이집은 처음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하는 신입 적응프로그램 중 아이들의 식판에 아이들이 먹는 식단 그대로 부모님께도 점심 식사를 한 번은 제공한다. 이렇게 정성껏 해주고 있으니 염려 말고 믿고 맡기라는 부탁의 의미이다. 졸업하는 날에는 어린이집에서 음식을 정성껏 손수 준비하여 졸업생과 졸업생 가족 모두를 초대해 점심 식사를 대접한다. 이는 그간 나와 우리 어린이집을 믿고 귀한 자녀를 맡겨주심에 감사한 마음과 탈 없이 잘 자라고 멋지게 성장해 준 아가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함, 또한 맛있고 정성 가득한 건강한 음식을 먹고 힘 받아 더 큰 세상으로의 날갯짓을 활기차게 하라는 간절한 의미의 마음 표현이다.


졸업 행사가 끝나고 점심 식사까지 모두 마쳤다. 우진이 어머니께서 가지 않고 머뭇거리신다. 두 손을 등 뒤로 숨기고 망설이며 하시는 말씀이 “원장 선생님 나무라지 마세요. 너무 감사해서요”. 하고 말하며 정성껏 포장된 꾸러미 하나를 내 손에 들려준다. 어느 해인가 스승의 날 무렵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 중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다.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의 고민이다. 소수의 선생님만 계신 곳이라서 스승의 날 선물을 담임만 주기도 민망하고 원장님만 주기도 그렇고 선생님 모두를 다 주려니 부담이라 고민이란다. 그 글을 보며 ‘아하 그렇겠구나.’ 싶었다. 우리 학부모님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자 마음먹었다. 스승의 날이나 명절 등에 선생님들의 선물 일체 사절한다는 공지를 했다.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도 그 부분은 꼭 강조한다. 그 뒤로는 부모님들이 선생님들께 약간의 간식이라도 보내려면 미리 허락받고 보낸다. 그렇게 선물은 서로 없는 것으로 자리매김을 한 상태라서 서진, 우진 어머니께서도 많이 망설이셨단다. 그러나 마지막 아이의 졸업식 날이니 받아 달라한다. 어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마지막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텅 빈 어린이집에 혼자 앉아 서진, 우진 어머니께서 주신 선물을 풀어보았다. 금장을 입힌 감사패다. 읽어 내려가며 가슴속 깊은 곳에 감동과 일종의 책임감이랄까 하는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한자, 한자 또박또박 다시 읽어 보았다. 부끄러움과 감사함으로 가슴이 벅차다. 내가 과연 이런 과분한 선물을 받아도 될까? 이 글처럼 부끄럽지 않은 스승일까? 반문해 보았다. 선물에는 다양한 느낌의 선물이 있다. 이 선물은 감동과 깊은 울림이 있으며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잊지 못할 선물이다. 설령 현재는 이에 못 미치더라도 이런 사람, 이런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이런 선물을 떳떳하게 받아도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자! 하며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며 다짐했다.

         

     김 ** 원장님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지만, 괜찮은 스승은 설명하며,

훌륭한 스승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스승은 영감을 준다.”


이 명언의 스승이 원장님이 아닐까 합니다. 원장님의 눈앞에

펼쳐졌던 서진, 우진이의 미래가 현실이 되도록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훌륭하고 위대한 스승인 원장님의 끝없는 사랑

항시 간직하며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이 패에 담아 드립니다.

                      2019223

                  노서진 , 노우진, 가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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