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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Apr 15. 2024

자연이 준 선물 같은 하루

자연을 마음껏 즐기다

창 너머의 햇살은 눈이 부시고,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부드럽게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이 얼굴을 간질인다. 하늘은 맑고 쾌청하다. 통통하게 물오른 벚꽃 망울이 막 터지기 시작한다. 봄을 기다리는 수줍은 봄처녀를 설레게 하는 날씨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해 아장아장 걷는 진우가 창밖을 바라보고 서서,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종알종알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진우를 보며 내 마음도 설렌다. 어제까지 봄비에 황사까지 우중충하던 날씨가 화창해지니 아이들의 마음과 시선이 자꾸 창밖으로 간다. 봄맞이를 가고 싶다.


아이들과 하던 실내놀이를 얼른 정리하고 양말을 신기고 점퍼를 입히자, 모두 들떠 신나 한다. 모래놀이 세트와 비눗방울과 줄넘기에 핑크퐁 탱탱볼을 들고 어린이집 앞에 있는 농구장으로 나갔다. 농구장은 오전 시간에는 언니 오빠들이 학교에 가고 아무도 없어 우리 전용 운동장이 된다. 눈이 오면 눈썰매장이 되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나가 비를 맞으며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우리에게 맞춤 운동장이다. 비누 거품을 찍어 입으로 후~~ 불어 방울을 만드는 친구들, 공을 굴리고 발로 차는 친구들, 줄넘기를 길게 잡아끌고 달리는 친구들, 모래 놀이기구로 땅을 파고 흙을 긁어모아 덤프트럭에 실어보는 친구들 모두가 봄 햇살 아래 마음껏 나름의 놀이를 찾아내 즐기고 있다. 하나같이 해맑은 표정이다. 그 맑고 귀여운 모습이 갓 깨어난 햇병아리와 흡사하다. 

 

희뿌연 황사가 온통 하늘을 뒤덮는 날, 폭염으로 푹푹 찌는 더위, 폭우와 장맛비,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세상 매일매일 이상고온에 이상저온에 미세먼지까지… 우리 아가들에게 마음껏 자연의 공기를 느끼며 즐길 수 있는 날이 연중 며칠이나 될까?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의 날짜다. 그런데 오늘이 그 손에 꼽을 수 있는 며칠 안 되는 날이다. 맑고 깨끗하고 따스한 햇살 아래 밝은 표정으로 활기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농구장 놀이를 한참 즐기고 어린이집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다. 들어가기 아쉬워하는 아가들을 보며 나 또한 아쉬운 마음으로 산책코스 한 바퀴 돌고 가자 제안했다. 아가들도 신나 한다. 삼삼오오 손을 잡고 어린이집 근처 가로공원의 산책길에 올랐다. 


 유모차와 끌차까지 이용해 산책 나온 다른 어린이집 친구들이 산책길에 즐비하다.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이 모두 다 나온 것 같다. 걷지 못하는 영아들은 유모차를 동원해 화사한 햇살과 살랑이는 봄바람을 만끽하며 산책을 즐긴다. 산책하며 마주치는 친구들은 서로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눈다. 산책 코스에는 매실 꽃은 이미 지고 있다. 백목련과 앵두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고 영산홍의 빨간 꽃망울은 '펑' 하고 활짝 피어날 준비 태세다. 산책 후 돌아오는 길 양지바른 곳에 노란 민들레와 보라색 제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제비꽃을 발견한 하진이가 꽃을 하나 따서 건네준다. 연보라의 가녀린 꽃이 너무 예쁘다. 꽃을 받아 하진이의 새끼손가락에 꽃반지를 만들어 끼워주었다. 다들 손가락을 내밀며 꽃반지를 끼워 달란다. 하나씩 반지를 만들어 끼워주고 나도 하나 만들어 살며시 끼어보았다. 어릴 적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오늘은 선물 같은 하루다. 맑고 화창한 햇살과 솔솔 불어주는 미풍 덕분에 아가들과 농구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봄 동산을 산책하며 각양각색의 꽃들의 향연을 감상했다. 예쁜 제비꽃 반지도 만들어 끼어보며 우리 아가들에게 아름다운 추억도 하나 만들어주었다. 이 아름다운 추억이 머리가 아닌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되어 살아가면서 에너지가 되어주고 어려움을 극복해 주는 힘의 근원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연이 준 선물 같은 오늘 하루 우리 아가들에게도 가슴 따뜻하고 포근한 하루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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