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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Apr 18. 2024

아름다운 이해

쉽게 하는 오해

점심 식사 후 식사 정리와 낮잠 준비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시간이다. 공동 놀이실에서 놀던 소율이의 놀잇감을 용현이가 빼앗으려 손을 내밀자 소율이가 용현이의 얼굴을 손으로 확 긁는다. 선생님이 옆에 있었음에도 손쓸 사이 없이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용현이의 콧잔등에 손톱으로 긁힌 상처가 살짝 생겼다. 상처가 깊어 보이지 않지만. 혹시 흉터라도 생길까 싶어 일단 병원에 다녀와야겠다. 부모님께 전화로 이만저만해서 용현이 콧등이 살짝 긁혔다. 심하지는 않지만, 병원에 다녀오려 한다. 시간이 가능하시면 병원에 같이 가자, 하고 말씀드렸다.


달려온 용현이 어머니 아이 상처는 보지도 않고 불같은 화를 낸다. “무슨 일을 그렇게 처리하세요. 평생 그렇게 사세요”라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의 소리를 지른다. 내 이야기는 전혀 듣지도 않고 변명조차 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우선 병원에 같이 가자 했다. 같이 필요 없고 혼자 가겠단다. 그렇게 화를 내고 용현이의 소지품까지 모두 챙겨 가버린다. 


 어안이 벙벙했다. 때마침 소율이 어머니께서 커피를 들고 놀란 표정으로 현관 앞에 서 계셨다. 소율이 어머니께 아이들의 분쟁에 관해 말씀드렸다. 자기 아이 때문에 선생님과 원장님이 곤경에 빠진 것 같다며 민망해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영아들과 선생님, 다른 학부모까지 있는 앞에서 그 정도까지의 역정을 내는지 혼란스럽다. 어머니께 통화할 때 자기 아이의 상처가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해서 기분이 나빴나? 아니다 그렇다면 상처부터 보고 화를 냈어야 했다. 용현이 담임선생님은 “원장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눈물을 삼키느라 말끝을 흐린다. 그 모습도 안쓰럽다. 저녁 시간 병원에 잘 다녀왔는지, 상처는 어떤지? 전화라도 해 볼까 고민하다가 하지 않았다. 일단 뭔가 서로 생각해 보고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날 용현이의 상처도 볼 겸 몇 시에 병원에 갈 건지 같이 가자 문자를 보냈다. 예상과 다르게 얼른 답이 온다. 몇 시쯤 갈 거니까 같이 가자 한다. 그 시간에 맞춰 용현이 집 앞에서 기다렸다. 어머니와 함께 내려온 용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를 보고 반갑게 달려와 품에 안긴다. 용현이를 품에 안으며 어색했지만, 어머니께도 정중히 인사를 했다. 어머니도 어제와는 다른 멋쩍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어머니와는 별 말없이 용현이와 이야기하며 병원에 갔다. 상처는 문제 될 정도는 아니란다. 연고 하나를 처방해 주며 잘 발라주고 병원에는 그만 와도 된단다. 다행이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있는 근린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어색했지만 먼저 말을 꺼냈다. 용현이 소지품을 모두 챙겨가신 걸 보니 속상하셔서 어린이집을 그만두실 생각인 것 같은데 어디를 가든 우리 용현이 잘 적응할 거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고는 조심스럽게 어머니를 그렇게 화나게 한 내 행동에 관해 물었다. 


 내 전화를 받고 어린이집에 들어서는데 소율이 어머니가 커피를 들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단다. 어린이집에서 책임회피 하려고 소율이 어머니께 사과하도록 같이 불렀나? 하는 생각에 불쑥 치미는 화를 못 참았노라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그리고 전날 용현이가 하원 시간 표정이 어두워 보여 물어보니 “선생님이 때렸어.” 하고 말했단다. 아하 이런저런 오해를 하셨구나! 그제 하원 시간 공동 놀이실에는 선생님들과 아이들 모두 있었다. 용현이는 기분이 좋아 빙글빙글 돌며 놀고 있었다. 어지러워 넘어지면 위험하니 담임선생님께서 도는 행동을 제재했다.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못하게 하니 뾰로통한 상태에서 어머니가 오셨고, 당신 아이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아이에게 물으니 “선생님이 때렸어!” 했구나 싶다. 그 상황이라면 마침 내가 직접 본 일이니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율이 어머니는 본가에 볼일이 있어 소율이와 같이 가려고 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데리러 온 길이었다. 우리도 일찍 오시는 줄은 전혀 몰랐다. 오해였음을 설명했다.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혹시라도 의심스러우면 함께 CCTV 확인해 보자 먼저 제안했다. 내가 직접 확인한 상황이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채용한 교사다. 나는 내 안목을 믿는다. 우선 운영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밟았다. 모두가 하원 한 저녁 시간 담임선생님과 어머니 나 셋이서 그제 하원 시간과,  전날 점심시간을 모두 CCTV로 확인했다. 빙글빙글 신나게 돌며 위험하게 노는 용현이를 선생님이 끌어안아 제재하는 모습과 소율이의 놀잇감을 빼앗는 용현이의 모습, 선생님들의 개입이 불가능하게 순간적으로 일어난 분쟁이 불가항력적이었던 상황을 모두 확인했다. 오해했던 부분은 설명보다 더 정확한 CCTV 확인으로 명쾌하게 풀렸다. 잠깐의 CCTV 확인으로도 용현이의 에너지 넘치는 놀이 활동 모습을 보고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해한다.


 CCTV는 우리의 곤란했던 상황을 해결해 주었다. CCTV의 순기능이다. 우리 용현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어린이집을 두고 어디를 가겠냐고 내일부터 등원할 거라고 말하며, 화나면 앞뒤 못 가리는 본인의 성격을 이해해 달라 말한다. 용현이는 예전과 다름없이 어린이집에서 개구쟁이로 어린이집을 시끌벅적하게 하는 역할을 한몫 단단히 하며 밝고 즐겁게 생활한다. 작은 오해가 쌓여 아름답지 못한 관계가 될 뻔한 순간 명쾌하고 아름다운 이해로 서로를 이해하는 이름다운 관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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