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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Apr 11. 2024

파워~ 퐁~의 진화

힘내!

 어린이집에서 어린 영아들과 자주 하는 나만의 놀이가 하나 있다. 낮잠을 자고 피곤하여 못 일어날 때나 기분이 좋지 않고 힘들어할 때 주로 하는 놀이 파워~ 퐁~ 놀이다. 아가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기분을 좋게 해 주기 위한 스킨십의 한 방법이다. 파워~ 퐁~ 하고 입에 입김을 모아 손등이나 발등 때로는 배에 입술을 대고 푸~~ 하고 입김을 불어주는 놀이다. 이 놀이에는 단계가 있다. 1단계는 손등과 발등에 푸~~ 하고 입김을 불어준다. 2단계는 영아의 볼에 3단계는 영아의 배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는 놀이다. 


이 놀이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효과가 크다. 아가들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다르다. 그러나 3단계 배에 하는 파워~ 퐁~ 은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위생과 요즘 이슈화되는 성 학대로 보일까 봐 조심스러워 자주 사용하지 못한다. 조금은 안타깝다. 서로의 진심이 통하는 놀이인데도 사회의 흐름과 변화로 혹여 문제 될 일은 피해야 한다. 보통 1단계의 놀이를 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 놀이를 하면서 문제는 내가 립스틱을 바를 수 없게 되었다. 입술로 손등이나 볼에 푸~하고 입김을 불어주게 되면 빨간 립스틱 자국이 난다. 나는 그때부터 립스틱 바르는 걸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는 자기들이 받아보니 기분이 좋았는지 “원장 선생님도 기운 없어” 하고 말하면 내 손등이나 볼에도 파워~ 퐁~ 하면서 푸~하고 입김을 불어준다. 그럴 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색조 화장이 영아들의 입에 묻게 되고 영아들에게 비위생적이란 생각에 색조 화장도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의 감염 때문에 마스크의 착용과 거리 두기로 가까이서 하는 신체접촉을 잠시 중단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코로나의 상황이 길어지면서 나와 우리 아가들만의 파워~ 퐁~ 놀이도 그대로 잊혀갔다. 그런데 졸업하고 각각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고 있는 소현이와 성현 남매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려 생활치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남매 역시 나와 이 놀이를 즐겨했던 아가들이다. 그때가 마치 크리스마스쯤이라 어린이집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 친구들은 크리스마스에도 생활치료실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남매의 선물도 준비했다. 어릴 적 어린이집에서 씩씩하게 놀던 예쁜 사진과 “씩씩한 소현아, 성현아, 코로나19 잘 이겨내고 반갑게 만나자”란 응원 메시지와 함께 빨간 하트 그림 위에 파워~ 퐁~ 이란 글도 써서 크리스마스이브에 받을 수 있도록 예쁘게 포장해서 보냈다. 


선물과 편지를 받은 귀여운 남매는 생활치료실에서의 씩씩하고 밝은 표정으로 춤추는 모습과 밥 잘 먹는 멋진 모습의 동영상을 종종 보내온다. 영상통화로“원장 선생님 보고 싶어요”라 말하고 파워~ 하며 두 손을 동그랗게 모은 뒤 입에 대고 입김을 후~ 하고 불어넣은 다음 퐁~”하며 나를 향해 모은 손을 힘껏 뿌려 듯 던져 준다. 코끝이 찡하다. 코로나19로 잊고 있던 파워~ 퐁~ 놀이를 소현, 성현 남매에 의해 좀 더 진화되어 방법을 달리하는 파워~ 퐁~ 이 탄생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직접 신체접촉이 어려우니 손으로 힘을 모아 던져 주며 간접적으로 힘을 주는 파워~ 퐁~놀이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파워~ 퐁~ 에 나도 힘이 났고 행복했다.


그 뒤로 이 친구들과 가족 모두 씩씩하게 코로나19를 이겨냈고, 생활치료실을 퇴원했다. 퇴원하는 날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퇴근 무렵 찾아왔다. 예전 같으면 서로 부둥켜안았을 텐데 아직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새롭게 진화한 파워~ 퐁~을 서로 교환했다. 힘이 났다. 예전에 하던 파워~퐁~ 보다 효과는 적지만 시대에 맞는 이 친구들에 의해 새롭게 탄생된 파워~ 퐁~ 놀이를 다시 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파워~ 퐁~ 놀이를 열심히 하며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모두 활기차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어린이집이 되길 소망하며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파워~ 퐁~ 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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