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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니 더 커지더라

by 금옥

2025년 10월 5일이 되면 이상한 복지센터가 열입곱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실 이상한 복지센터장은 센터를 설립할 때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거여동, 마천동 3구에 거주하는 어르신 백 분을 섬기겠다는 목표였습니다. 이상한 복지센터는 작은 규모 센터이기에 어르신 백 분을 고객으로 만든다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출근만 하면 광고지를 들고 송파구의 오금동, 거여동, 마천동 아파트 단지로 향했습니다. 오금동 아파트를 돌며 한 집 한 집 광고지를 붙였습니다. 광고지를 붙이자마자 아주머니 한 분이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주머니! 잠깐 저 좀 볼까요?”
“네?”


아주머니는 광고지를 붙였다고 항의할 것 같아 모른 척하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제 걱정과는 달리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아주머니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들어오세요.”


아주머니는 광고지를 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85% 혜택이 된다는 부분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아주머니께 85% 혜택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 등급을 받으시면 일반은 15%, 기타 의료수급권자 등은 7.5%를 본인이 부담하십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는 무료입니다. 다만 비급여 항목은 전액 본인이 부담하셔야 합니다.”


이상한 복지센터장의 설명을 들은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친정엄마가 잠실에 살고 계신데, 여기서 요양보호사를 보내줄 수 있나요?”


잠실이라는 이야기에 대답을 망설였습니다. 오금동, 거여동, 마천동 안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요, 여기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잠실 신천역 부근에 사시는 친정어머니 주소를 주셨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송파연합회 카톡방에 문자를 올렸습니다.


“송파구 잠실 신천역 2등급 어르신, 9:00~17:00 (8시간) 계약하실 분 연락 바랍니다.”


한 시간이 넘고 두세 시간이 지나도 계약하겠다는 센터장님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계약자를 다른 센터에 넘겨주는 일이 없어서 다들 까다로운 계약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상한 복지센터와 계약서를 쓰려는 순간 서울송파복지센터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따르릉~”
“이상한 복지센터장님, 롱은 아니시죠?”
“센터장님, 롱이라니요? 저는 오금·거여·마천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만 계약하려고 했습니다. 잠실까지는 가지 않으려 했는데요. 센터장님, 잠실 어르신 계약하실래요? 주소 불러드릴게요.”
“그런데요, 내일 8시간 서비스를 할 요양보호사가 없고 모레부터 갈 요양보호사도 구해야 합니다. 구하고 가면 안 될까요?”
“센터장님, 그럼 내일은 제가 어르신 8시간 서비스를 해드릴 테니 빨리 요양보호사를 구해보세요.”


저는 그렇게 말씀드리고 다음날 직접 어르신의 기저귀 케어, 목욕, 머리 감기기, 식사 보조 등을 8시간 동안 해드렸습니다. 서울송파센터장님은 믿기지 않는 듯 다시 전화를 하셨습니다.


“이상한 복지센터장님, 정말 어르신을 우리가 계약해도 됩니까?”
“네, 계약하십시오.”


저는 잠실에 계신 어르신을 서울송파센터에서 계약하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 일을 두고 다른 센터장님들이 저를 비난했습니다.


“이상한 복지센터장 뭐야? 배가 불렀나 보네. 어르신 계약하려고 난리인데, 어떻게 다른 센터에서 계약하라고 넘겨주지? 그것도 그렇지, 그 할머니를 8시간 봉사로 해드렸다면서?”

송파연합회 센터장님들이 모두 놀라 한 마디씩 하셨습니다.



2010년 3월 봄,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따르릉~”
“여보세요, 송파서울센터장님. 웬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거여2동에 사시는 어르신이 요양보호사를 보내달라 하시는데, 이상한 복지센터장님이 가서 상담하고 계약하세요.”
“제가요?”
“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여동에서 상담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빨리 가서 상담하고 계약하세요. 요양보호사가 없으면 우선 우리 센터 요양보호사를 대타로 보내드릴 테니 빨리 구해보세요.”
“센터장님,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가서 상담하고 계약하겠습니다.”


그 이후로도 서울송파센터장님은 오금·거여·마천동 어르신이 계약을 원하면 모두 이상한 복지센터에 맡기셨습니다. 저는 3구 안에 계신 어르신을 모시겠다는 목표를 깨고 싶지 않아 어르신을 연계했을 뿐인데, 지금도 송파센터장님은 변함없이 제게 어르신을 보내주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송파연합회 회원님들께서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할 때마다 제가 도와드려 연계시켜 드렸는데, 이번 추석에는 여러 센터장님께서 보내주신 선물들을 받고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요양보호사를 구해드린 것뿐이었는데도, 어떤 분은 송편을, 어떤 분은 사과·포도·배 등 과일을 택배로 보내주셨고, 초콜릿 두 박스를 요양보호사들에게 나눠주라며 전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직접 방문해 순두부찌개를 사주시며 점심을 함께하신 센터장님도 계셨습니다.


오늘은 2025년 10월 4일, 내일이면 이상한 복지센터가 17번째 생일을 맞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받은 선물들을 나누려 하니 금세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저는 센터를 방문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 사과, 포도, 배, 송편 등을 함께 나눠드리고, 초콜릿 한 장씩 안겨드렸습니다.


복지는 경쟁이 아니라 나눔입니다. 나누니 더 커집니다.




사랑하는 기쁨과 사랑받는 보람을 느낄 때,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축복하고 싶습니다. 나눔은 우리에게 건강과 삶의 보람을 줍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을 먹고사는 존재임을 가슴으로 확인했습니다.


여러분, 올해 추석은 유난히 깁니다.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추석 명절을 사랑하는 가족, 친지, 이웃과 함께 나누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사랑과 풍요로움이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메인화면: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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