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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몽글 몽구름 Mar 27. 2023

경단녀, 캐릭터 문구사업 준비하다.

귀여운 걸 좋아해서 귀여운 걸 만들려고 합니다만?

대망의 첫 스티커 제작, 그리고 실수!

디자인 관련학과를 나온 건 아니다. 

그림 그리는 걸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귀여운 것도 좋아하고 귀여운 걸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손에 필기구를 쥐기 시작하는 나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걸 즐겼고, 학교를 들어가서는 친구들과 서로의 캐릭터, 좋아하는 연예인을 캐릭터로 그리면서 귀여운 그림에 빠져 살았다. 그렇게 3n살이 된 지금도 귀여운 것들이 좋고 귀여운 것들을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30대 초반까지 디자인이나 그림과 전혀 상관없던 회사를 다니다 첫아이를 출산하면서 퇴사하게 되었고, 이어 둘째를 낳으며 주부, 애엄마인 나에게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은 자아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MBTI에서 I가 90% 나오는 내향인이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작은 욕구가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무슨, 이라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 혼자 보는 그림 말고 사람들이 함께 호응해 주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는 데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린 그림들을 폰케이스나 그립톡으로 판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크고 나면 가질 내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굿즈를 만들어 팔고 싶은 내가 새롭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은 #캐릭터 문구 사업 #캐릭터작가 #문구사장 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되었다. 살면서 이루고 싶은 터무니없이 막연한 꿈 중의 하나인, 내 캐릭터들이 굿즈로 탄생하는, 펑생 나와는 스칠 일도 없을 거 같던 비현실적인 꿈. 



30대 경단녀

꿈에 그리던 일에 도전하다!



나는 캐릭터 만들기를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스케치북에 이리저리 그려보며 만든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고, 아이패드에서 새로 그리고 다듬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브랜드컬러를 정하면서 캐릭터 색을 골랐다. 이 캐릭터들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떤 이름이 좋을까? 이건 쉬웠다. 파스텔톤의 몽글몽글한 그림들을 그리고 싶어서 지금의 브랜드명을 만들던 중에 혹시 다른 데서 사용 중인 건 아닌지 검색해 보고 '몽글몽글 몽구름'이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 브랜드의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서 캐릭터들을 소개하며 인스타툰 겸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좀 더 깊이 있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배경화면을 하나 만들었다.

육아퇴근 후 1-2시간씩 시간을 들여 며칠 만에 그린 그림이 겨우 이거다.



Summer Sunset

처음 만든 배경화면. 노을 지는 모습과 강물을 그리고 싶었다. 저작권은 나한테 있으니 괜찮겠지? 배경 속 구름은..  내 브랜드명이 몽'구름'이라서

팔로워가 적게나마 늘수록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그리는데 더 흥미가 생겼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흥미만 있다면 그릴수록 점점 그림이 느는 것도 신기했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댓글 달아주는데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이것들을 세상밖으로 꺼내고 싶어졌다.

스티커, 메모지, 마스킹테이프, 그립톡, 폰케이스 등 다양한 굿즈들을 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만드는 방법도 모르고 제일 문제는 발주처들을 잘 모른다. 마음만 앞서갔다.


강의가 있을 거야. 신기하게 인스타에 캐릭터굿즈에 대한 강의광고가 보였다. 이것도 강의가 있구나! 깨닫고 강의하는 곳 중 여러 곳을 찾아보고 그중 나랑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플랫폼을 고르고 수업을 들으니 돈주고 들은만큼 보람이 느껴졌다. (평소에 인강 돈주고 듣는거 이해 못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림을 못 그려도 그림실력을 향상하는 쉬운 방법을 알려주었다. 따라 그리기 쉬운 레퍼런스 검색방법을 알려주었다.


교안을 다운로드하고 교안및 강사님이 안내해주는 다양한 굿즈발주처 사이트들을 방문해 가며 내가 제작하고 싶은 굿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무지했던 부분에 대해 배워가고 지금까지 전혀 모르던 세계에 대한 배움으로 채워가는 느낌이 좋았다. 3n살의 지루한 회색이었던 뇌는 은은하면서도 생기있는 파스텔톤으로 물들어갔다. (상큼한 20대의 뇌가 되지는 않았다.)


판매하기 위해서 사업자를 내면 두루두루 편한 점이 많아 사업자를 내기 전에 샘플을 먼저 내보기로 했다. 여러 발주처를 둘러보다 한 곳에서 떡메모지를 소량 주문해 보았다. 이미지를 그리고 제공해 준 규격파일에 맞춰 제작한 파일을 업체에 보내주고 업체에서 샘플제품을 보내주기를 기다렸다. 처음 생각했던 색감과 많이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이래서 처음엔 소량샘플을 제작해 가며 색감을 조정하고 재주문하라고 하는 거였구나! 샘플하나 내면서 인쇄용 색상으로 작업해도 업체의 인쇄기계에 따라 색감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색감이 내 맘에 들 수도, 안 들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다음 굿즈 제작을 하기 위해 스티커샘플을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첫 스티커 만들기는 그리기 전 아이템배치조차도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스티커를 제작하며 정말 초보여서 할 수 있는 황당한 실수를 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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