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첫 스티커 제작, 그리고 실수!
캐릭터 작가 겸 문구 사장이 되기 위한 첫 단계로 난생처음 스티커제작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사실 평상시에도 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나 캐릭터스티커 등에 관심이 많던 소비자 및 구매자였기 때문에 니즈를 알기가 쉬울 거라고 만만하게 생각했다. 단순히 귀여운걸 작게, 여러 개 그리면 되겠지 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어지간하면 욕도 안 하고 누굴 때린 적도 없는 내가) 욕을 하며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크게 일었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스티커란 ‘그냥’ 맘에 드는 걸 슬쩍 떼다가 원하는 곳에 착 붙이는 그런 물건이었을 뿐인데, 생산자 입장에서 만들다 보니 ‘그냥’이 그냥이 아니게 된다. 각 개체의 크기, 유테 스티커의 테두리 굵기, 개체 사이의 간격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처음 만드는 스티커는 어떤 주제로 어떤 것들을 그려 넣으면 좋을지 정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캐릭터들은 어느 정도 만들어둔 상태였으나, 굿즈로 만들기 위해서 조금 더 단순화시키고 싶었고, 귀여웠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외모를 전격성형시키는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눈코입을 약간 고쳐보았다. 내 눈엔 좀 더 단순화된 모습이 전보다 나아 보였다. 그러고 나서 캐릭터들의 성격이 드러나게 스티커에 녹여내고, 주제에 맞는 오브젝트와 캐릭터들을 그려 적당하게 배치하는 등 누가 보기엔 사소해 보일 뿐인 나에게 무겁기 그지없는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자의 마인드로 겨우 스티커 하나를 그려냈다.
스티커는 생각보다 손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물 중에 하나다.
1. 스티커 출력사이즈에 주제에 맞는 다양한 개체를 그린다.
2. 칼선이 약간 밀릴 경우를 대비해 레이어를 추가해서 여백이미지를 넉넉하게 그린다.
3.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굳이 켜서 별도로 만든 레이어에 칼선을 새로 그린다.
4. 스티커 이미지와 통일된 뒷대지(스티커가 망가지지 않게 뒷면에 포장 겸 대어주는 빳빳한 종이)도 작업한다. 단면, 양면은 보통 제작자 마음이다.
5. 보통 뒷대지와 스티커와 opp필름의 발주처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일정에 맞게 각 발주처에 주문한다.
(경험상 opp필름이 당연히 배송이 가장 빠르고 스티커 제작은 양에 따라 1주일 이상 소모되기도 한다.)
지금은 샘플을 만드는 중이라 우선 A3크기에 스티커들을 배치하고 주문했다.(위 과정 중 3번까지 작업을 마치고)
아니나 다를까. 나는 역시나 초보중의 초보만 할 만한 실수를 하게 된다. 다행히 샘플을 내는 중에 저질렀던 실수인데 스티커 중에 하나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라 의자 다리까지 다 여백을 넣어놓고 칼선작업을 할 때, 의자 다리를 빼고 칼선을 딴 것이다. 그리고 제품을 받아보고 뭔가 이상해서 봤더니 의자다리 이미지는 고대로 스티커에 남아있고 떼어낸 것은 의자좌석이 방석처럼 잘려있던 모습이었다. 정말 이걸 판매용 제품으로 발주를 넣었다면 얼마나 곤란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진다.
처음인데 파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실수는 실수도 아니지! 라며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음에 발주할 때는 실수 없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좀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만다.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