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매 전에 대량발주를 한 무근본 초보사장.
샘플만 받아본 주제에... 첫 마켓부터 엄청난 대량발주를 했다.
이제 와서 보니 여러 가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첫 마켓이었다.
샘플을 제작하면서 기존 샘플 스티커 2종을 수정해 두었다. 10월에 첫 마켓을 열 생각에 설레가며 가을시즌용 스티커 2종을 추가제작해 총 4개의 디자인을 만들었다. 제품들 콘셉트에 맞게 뒷대지도 양면으로 제작하고 판매하려는 플랫폼 트웬티에 판매작가 승인을 미리 받고 ‘내 나름대로는’ 차근차근 준비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제품 발주를 했다. 대. 량. 으.로.
(거기서 그만! 숫자 줄이라고!! 1/4만 주문해도 충분하다고!!!-인터스텔라 장면이 생각나는.)
[굿즈판매 플랫폼 트웬티에 대해서 - 인스타에서 캐릭터 굿즈를 사려고 하면 트웬티 폼, 트웬티 마켓 등 ‘트웬티’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트웬티는 일종의 개인 창작물 판매 플랫폼이다. 판매자들은 카카오톡 계정으로 가입을 하고 초반 가입승인을 위한 간단한 질문 작성 및 실물 사진으로 작가승인을 받으면 트웬티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그러면 판매링크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해 소비자들은 그 링크로 들어가거나 트웬티 앱에서 작가명을 검색하여 마켓을 오픈한 경우 제품구입을 할 수 있다. 사업자 등록을 마친경우, 트웬티 결제 시스템으로 카드결제까지 이루어지며 사업자가 없는 경우는 개인 계좌로 현금결제만 하는 판매도 가능하다. (하지만 판매량이 많은 경우 사업자를 내는 것이 거의 필수로 된다.)]
인지도도 별로 없으면서, 아직 판매품목에 대한 선호도도 모르면서.... 너무 많이 발주했다. 처음에 OPP용지도 발주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최소주문수량이 400 매인 곳에 주문을 했다. 당연히 100장 정도씩은 팔릴 줄 알고 스티커를 넉넉하게 디자인별로 100장씩 총 400매를 발주했다. 게다가 재단옵션을 넣지 않아서 A3용지에 스티커들이 배치돼서 오는데 거대한 A3 스티커 용지가 100장이 넘었던 것 같다. A4두장을 합친 그 A3크기가 나에겐 세상 그 어떤 종이보다도 가장 거대한 종이로 느껴졌다.
그래도 처음엔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였으나 곧 스티커를 각 사이즈에 맞게 재단하느라 팔 빠져 죽는 줄 알았다. 그나마 다 팔렸으면 행복한 고통이었을 텐데, 쩝.
아! 그리고 나는 소통하고자 하는 목적이 컸던 만큼 서비스 개념으로 만든 손글씨로 편지를 쓴 이미지엽서마저 100장을 발주했었는데 이것 또한 골치로 남았다. (벗어나지 못하는 100장의 굴레.) 서비스 개념이긴 하나 편지내용도 계절을 타는 그런 내용으로 하필 작성한 것이다. 과거의 나.. 왜 그랬니!! 그림만 넣었다면 제품보호 겸 서비스 겸 목적이 뚜렷했을 텐데. 차라리 양면으로 일러스트만 넣었으면 하는 또 후회하는 나 자신.
(과거를 자책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INFP인가 보다.)
긍정회로가 쓸데없이 긍정적으로 너무 많이 돌았던 탓일까, 현실을 몰랐던 탓일까, 홍보가 부족했던 탓일까, 실력부족이었을까, 사진을 못 찍어서일까-
이렇게 야심 차게 대량주문을 한 나의 첫 마켓은 대차게 말아먹었다. 지인 한 분이 주문해 주신 소중한 단 한건의 주문. 그게 다였다.
차라리 계절이나 시즌을 타지 않는 스티커로 4종을 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첫 마켓에서 팔리지도 않는 시즌스티커 2종을 100장씩이나 주문했는데 이걸 다 어떻게 판단 말인가.
다음 해에 팔거나 랜덤팩에 끼워 넣더라도 첫 제작이라 어설프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는 제품들인데. 중간에 리뉴얼을 하고 싶어도 팔기는 다 팔아야 재제작을 할 텐데. 후회막심한 첫 마켓이자 발주경험이었다.
그러다 뜻밖의 좋은 일이 생겼다. 다음 마켓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새로운 디자인을 그리며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었는데 몇 군데에서 인스타 디엠으로 입점문의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