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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결한 플레이 Oct 19. 2023

아이의 마음 읽기

어떻게 하면 소중한 우리 아이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을까요?




며칠 동안 계속 신경이 예민해진 느낌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리그 경기에서 아이가 평소보다 유독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내 머릿속에 불쾌한 잔상의 점이 찍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나? 평소답지 않은 플레이였어’

‘최근에 개인 훈련을 소홀히 한 건 아닌가’

‘오늘 경기도 지난 경기처럼 엉망으로 하면 어쩌지?’


아이는 경기를 앞두고 환하게 웃으며, 오늘 경기 진짜 재미있겠다고 말하며 설레고 있다.

아빠의 마음이 이렇게 복잡한 걸 알고 있을까?

아이를 바라보며 혼자 이런저런 걱정 하던 모습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난 경기에서 부진했던 건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경기한다고 들떠있는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럴 땐 정말 내가 축구를 하는 건지, 아이가 축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가 편안하게 축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유롭게 바라 봐주고 싶은데,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경기가 시작되고, 내 시선은 아이의 움직임 하나 놓치지 않게 매의 눈으로 따라다닌다.

초반부터 좋은 판단으로 상대 패스를 차단하고, 역동적으로 드리블하여 결정적인 패스를 한다. 한 숨 돌린다.


후반에는 중거리 슛도 멋지게 한 골 넣는다.

심박수가 급격하게 내려가며, 입가에 미소가 돈다.

경기를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아이, 나도 환하게 웃는다.


밝은 표정의 아이에게 오늘 경기 정말 좋았다고 칭찬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지난 경기에 대해 말은 건넨다.

“오늘 플레이 매우 좋았어. 지난 경기와는 완전히 다르네?”


아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실 그날 경기 중에 배가 아팠어. 경기 끝나고 아빠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아빠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말을 못 했어, 아빠, 나도 잘하고 싶었는데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어”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는 아빠가 아들에게 해줘야 하는 이야기인데, 아이가 지금 아빠 마음을 달래고 있는 거잖아’

'늘 아이가 편하게 축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주변에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내 아이는 나에게 자신의 몸 상태도 편하게 말을 못 했구나’


부끄러움에 이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또 복잡해진다.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그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진정한 사랑은 신뢰”라고 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도, 굳게 닫을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의 마음을 배려하고 신뢰한 후에야 그의 마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말과 행동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어떤 문제와 그에 상응하는 답은 보이지 않는 투명한 끈으로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우리는 서로가 끈의 양쪽을 잡고 조심스레 다가가며 서로의 간극을 좁혀나갈 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땅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잘 들어야 한다.

우리는 잘 듣기 위해 귀를 열고, 아이들이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모습을 가져야 한다.

아이의 인생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아이의 입장을 고려하고, 설사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말 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우리 아이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거머쥘 수 있다.


아이의 생활을 보며 좌불안석하며 심장을 두근거리는 일은 아이의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삶, 우리의 삶을 잘 살아가며 아이 또한 스스로의 삶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필요하지 않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했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열린 귀를 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나의 삶과 우리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집중하는 것.


이는 의사소통의 과정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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