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경찰서의 떨림, 엄마의 공허한 눈빛...

하루하루의 의미 4월

by 장하늘

4월 7일: 경찰서의 떨림, 엄마의 공허한 눈빛, 그래도 오늘을 버틴 하루
– 하루하루의 의미 프로젝트 7/30, 97/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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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눈을 뜨니 10시가 넘었다.
사실은 그보다 조금 전,
벨 소리에 이미 한 번 눈을 떴었다.
서울 번호라서
괜히 또 이상한 전화인가 싶어
차단하고 다시 누워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지나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다.
혹시 몰라 받았더니
면접 미팅 연락이었다.
약속을 잡았다.

전화를 끊고
스트레칭을 하고,
샐러드를 챙겨 먹고
집밖으로 나갔다.
경찰서로.

작년 6월,
언니 실종신고를 하러 갔던
바로 그 경찰서였다.
가면서부터 몸이 더 떨리고
상태가 안 좋아졌다.
몸은 장소를 기억한다.
기억은 머리보다
몸에서 먼저 되살아나는 것 같다.

여튼 경찰서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또 다른 피해자였다.

사기를 당했다면서
나에게 뭐라뭐라 하셨다.
나는 지금 경찰서에 와 있고
내 상황이 이렇다고 설명했다.
그분은 내가
그 사기꾼 회사의 부사장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휴.

어제는 사장.
오늘은 부사장.
이 사기꾼들은
도대체 나를 얼마나 많이
팔아먹고 있는 것인가.

신고 접수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데도
몸의 떨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단지 오늘 있었던 일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날 쌓인 피로와 불안,
설명할 수 없는 억울함과
자꾸만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몰리는 이상한 상황이
몸 안에서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니
밖에 계셨다.
중간에서 만나
커피숍에 들어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는
어제 한 끼도 안 드셨다고 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인 것 같은
엄마의 공허한 눈빛.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내 마음도 같은데.

그래도 "엄마 인생은 고통인것 같아."
"그래도 24시간 내내 고통스러운 건 아니니 좋은 순간들을 만들면서
살자."고 말했다.
엄마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들에게도
나올 수 있는지 문자를 보냈지만
아들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쉬겠다고 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엄마를 모셔다드린 뒤
나는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는
또 블로그를 했다.
그러다 오후 5시쯤부터는
저녁에 먹을 순두부를 끓였다.
그리고 또 블로그를 했다.

석이는 밥을 먹고
일하러 갔다.
나는 또 블로그를 하다가,
쉬다가,
핸드폰을 보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살고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지쳐 있었지만
어쨌든 숨은 쉬고 있다.

나중에는 아들에게 전화해
오늘 있었던 일,
경찰서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조금 뒤
작은형부에게 전화가 와서
형부와 통화하다가
또 한바탕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어느새 밤 10시가 다 되어 갔다.
이제 스트레칭을 하고
오늘을 마무리하려 한다.

사는 게 참 고다.
고되다.

제발

나 좀 그냥 살게 두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하늘 쪽으로
쏘아 올려지는 날이다.

오늘은
평범한 하루가 아니었다.
면접 미팅 잡고,
경찰서도 다녀왔고,
내가 아닌 이름으로
누군가의 분노를 받아야 했고,
엄마의 공허한 눈빛도 보았고,
내 안의 무너짐도 여러 번 느꼈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을 끝까지 지나왔다.
샐러드를 먹었고,
경찰서에 갔고,
엄마를 만났고,
순두부를 끓였고,
블로그를 했고,
하루 끝에 스트레칭까지 했다.

그러니 오늘은
잘 산 하루는 아닐지 몰라도
끝내 버틴 하루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해낸 것들

면접 미팅약속
15분 루틴
샐러드 챙겨 먹기
경찰서 가서 신고 접수하기
피해자 전화 응대하기
엄마 만나 커피 마시며 이야기하기
집에 와서 블로그 하기
순두부 끓이기
아들과 통화하기
작은형부와 통화하기
오늘을 끝까지 버티기


역사 속 4월 7일의 장면들

1️⃣ 1948년 4월 7일 — 세계보건기구(WHO) 출범
4월 7일은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날로 기억된다. 그래서 지금도 매년 이날은 세계 보건의 날로 기념된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 국경을 넘어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제도화된 날이었다.

2️⃣ 1795년 4월 7일 — 프랑스, 미터법 채택
프랑스가 미터법을 공식적으로 채택한 날로 알려져 있다. 길이와 무게를 더 정확하고 공통된 기준으로 재겠다는 시도는, 결국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까지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3️⃣ 1827년 4월 7일 — 영국의 화학자 존 워커, 성냥 판매
마찰로 불을 붙이는 성냥이 상업적으로 알려진 날로 전해진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불씨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편의를 바꾸는 발명이었다.

4️⃣ 1927년 4월 7일 — 첫 장거리 공중전화 시연의 시대
4월 초는 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던 시기와 자주 겹친다. 멀리 떨어진 사람의 목소리를 곧바로 전한다는 건, 예전 사람들에게는 거의 마법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5️⃣ 1933년 4월 7일 — 독일, 유대계 공직자 축출 법 시행 시기
나치 독일은 이 무렵 유대인을 공직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본격화했다. 차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라, 법과 제도의 얼굴을 하고 천천히 사람들을 밀어낸다.

6️⃣ 1949년 4월 7일 —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시대를 상징하는 브로드웨이 흐름
전후 문화는 이 무렵 미국 대중문화 전반을 크게 바꾸고 있었다. 어떤 날은 전쟁의 기록보다, 사람들이 다시 노래하고 극장으로 돌아온 시간으로도 기억된다.

7️⃣ 1969년 4월 7일 — 인터넷의 전신이 되는 네트워크 실험들이 이어지던 시기
4월 초는 컴퓨터 네트워크 실험이 빠르게 진전되던 시대와도 맞물린다. 지금 우리가 너무 쉽게 연결되는 세상은, 누군가의 느리고 복잡한 실험 위에서 만들어졌다.

8️⃣ 1994년 4월 7일 — 르완다 대학살 본격 시작
전날의 비행기 격추 이후, 르완다에서는 대규모 학살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역사 속에는 단 며칠 사이에 인간성이 얼마나 끔찍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날짜들도 있다.

9️⃣ 2001년 4월 7일 — 미국 탐사선 ‘마스 오디세이’ 발사 시기
이 무렵 인류는 다시 화성을 향해 탐사선을 보내고 있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인간은 늘 더 먼 곳을 향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다.

� 매년 4월 7일 — 세계 보건의 날
세계보건기구 출범일을 기념해 정해진 날이다. 건강은 평소엔 너무 당연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흔들릴 때 비로소 삶 전체를 붙들고 있는 가장 기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오늘의 문장

“오늘은 무너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너질 듯한 마음으로도
끝내 하루를 지나온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살아냈다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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