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비 오는 날의 피자, 엄마와 아들과의 커피

하루하루의 의미 4월

by 장하늘

4월 9일: 비 오는 날의 피자, 엄마와 아들과의 커피, 그리고 새로 열린 체험단의 세계
– 하루하루의 의미 프로젝트 9/30, 99/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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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났다.
설거지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오후 12시쯤에는 식초물을 마시고
계란 하나를 먹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아들이랑 엄마랑
셋이 피자집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집을 나서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날씨는 약간 쌀쌀했고
스카프가 도움이 됐다.
비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바깥의 공기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살짝 차갑고,
조금 축축하고,
그래서 오히려 계절의 표정이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

엄마에게 가 보니
오늘도 밥을 안 먹고 계셨다.
그래서 서둘러
셋이 같이 피자집으로 갔다.

피자집 이름은
왠지 정감 있는
모퉁이피자집.

이름부터 어딘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셋이 앉아 피자를 먹고,
맛있게 먹고,
또 먹었다.
가족과 함께 먹는 음식은
꼭 음식의 맛만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분위기와
말투와
표정까지 함께 남는다.

피자를 먹고 다시 엄마네 집으로 와서
주차를 한 뒤에는
셋이 메가에 갔다.
커피 타임.

엄마는 요즘
그나마 최애를 찾아서 다행이다.
아주 큰 일은 아닐지 몰라도
좋아하는 것 하나,
계속 찾게 되는 것 하나가 있다는 건
사람을 아주 조금은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잠깐 담소를 나누다가
엄마는 먼저 서둘러 집으로 가셨고,
나는 아들이랑 잠깐 홈페이지를 살펴본 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계란을 삶아 놓고,
새롭게 도착한 택배 상자 네 개를 정리했다.
이상하게도 택배 상자를 여는 시간은
소소하지만 분명한 즐거움이 있다.
상자를 정리하고 물건을 꺼내고 자리를 잡아 주는 일은
복잡한 마음을 잠깐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오늘도
블로그를 열심히 했다.
기쁜 마음으로.

나도 왠지
뭔가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기분이다.
체험단이라는 세계는
여전히 나에게 낯설지만
그래서 더 즐겁고
새로운 자극이 되어 준다.

완료한 체험단은 아직 많지 않아도
하나씩 알아가고
하나씩 선정되고
하나씩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진짜 전혀 몰랐던 문 하나가 열리는 느낌이 있다.
내가 살던 일상 옆에
이런 세계도 있었구나 싶은 그런 기분.

그래서인지
오늘 하루는 유난히 후딱 지나간 것 같다.
비 오는 점심,
가족과의 피자,
커피 한 잔,
잠깐의 홈페이지 이야기,
택배 상자 네 개,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이어진 블로그.

대단한 사건이 있는 날은 아니었지만
작은 즐거움이 군데군데 들어 있던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15분 루틴은 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분,
조금은 들뜬 마음,
짧지만 따뜻했던 가족과의 시간.
그런 것들이 모여
오늘은 꽤 괜찮은 하루가 되었다.

오늘 해낸 것들

설거지 하기
스트레칭 하기
식초물 마시기
계란 하나 먹고 외출하기
엄마와 아들과 피자 먹기
메가커피에서 셋이 커피 마시기
아들과 홈페이지 살펴보기
집에 와서 계란 삶아두기
택배 상자 네 개 정리하기
블로그 열심히 하기
15분 루틴 완료

역사 속 4월 9일의 장면들

1️⃣ 1865년 4월 9일 — 로버트 E. 리, 애포매턱스에서 항복
AP와 HISTORY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군의 로버트 E. 리 장군이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에게 항복했고, 이는 전쟁의 사실상 종결로 널리 기억된다. 큰 전쟁도 결국은 어느 한 장소의 조용한 문서와 서명으로 끝을 향해 기울곤 한다.

2️⃣ 1940년 4월 9일 — 독일, 덴마크와 노르웨이 침공
브리태니커의 4월 9일 기록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침공한 사건이 포함된다. 전쟁은 늘 국경을 넘는 군사행동으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평범한 아침을 단숨에 뒤집는 방식으로 찾아온다.

3️⃣ 1942년 4월 9일 — 바탄 함락과 바탄 죽음의 행진 시작
HISTORY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바탄에서 미군과 필리핀군 약 7만 8천 명이 일본군에 항복했고, 이후 악명 높은 바탄 죽음의 행진이 이어졌다. 어떤 날짜는 전투의 승패보다 그 뒤에 벌어진 인간적 참상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4️⃣ 1939년 4월 9일 — 마리안 앤더슨, 링컨 기념관 공연
브리태니커의 4월 9일 기록에는 흑인 성악가 마리안 앤더슨이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서 역사적인 야외 공연을 한 사건이 실려 있다. 공연장 문이 닫혔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갔다.

5️⃣ 1959년 4월 9일 — NASA, 머큐리 세븐 발표
브리태니커는 이날 NASA가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7명을 발표했다고 전한다. 우주 경쟁의 시대는 거대한 로켓만이 아니라, 처음 이름을 불린 일곱 사람의 얼굴로도 시작되었다.

6️⃣ 1966년 4월 9일 — 애스트로돔, 첫 실내 메이저리그 경기 개최
브리태니커에 따르면 이날 휴스턴 애스트로돔에서 메이저리그 최초의 실내 경기장이 본격적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스포츠도 결국은 기록과 경기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형태를 바꾸며 시대를 드러낸다.

7️⃣ 2003년 4월 9일 — 바그다드 함락
브리태니커의 4월 9일 기록에는 이라크 전쟁 중 바그다드가 미군에 함락된 사건도 포함된다. 어떤 도시의 함락 장면은 한 정권의 끝으로 기록되지만, 그 뒤에 남는 사람들의 시간은 훨씬 길고 복잡하다.

8️⃣ 매년 4월 9일 —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 희생자 추모의 날
유엔은 4월 9일을 ‘1994년 투치족 집단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제 추모의 날’로 기념한다고 안내한다. 날짜를 기억한다는 건 단지 과거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붙드는 일이기도 하다.

9️⃣ 1938년 4월 9일 — 오스트리아의 안슐루스 국민투표
브리태니커의 4월 9일 기록에 따르면,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병합 직후 통제된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안슐루스가 승인되었다고 선전되었다. 숫자가 높다고 해서 언제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역사는 자주 보여준다.

� 1917년 4월 9일 — 아라스 전투 시작
브리태니커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날 아라스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적고 있다. 전선의 날짜 하나 뒤에는 늘 수많은 병사의 이름 없는 하루들이 함께 숨어 있다.

오늘의 문장

“비 오는 날,
가족과 피자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와 택배 상자를 정리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으로
오늘을 기쁘게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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