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경찰서의 허탈함, 만두전골의 온기~

하루하루의 의미

by 장하늘

4월 10일: 경찰서의 허탈함, 만두전골의 온기, 그리고 요즘 나를 붙드는 새로운 세계
– 하루하루의 의미 프로젝트 10/30, 10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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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
한동안 조금 꾸물거렸다.
몸도 마음도
아직 완전히 오늘 쪽으로 넘어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스트레칭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1시에
경찰서에 가기로 했던 날이다.

집을 나서면서
엄마에게 줄 스카프와
꽃송이버섯을 챙겼다.
누군가를 위해 챙기는 작은 물건들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날의 마음을 조금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내가 아직도 누군가를 걱정하고 있고,
무너지기만 하지는 않으려 한다는 증거처럼.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한참 꾸몄다.
그런데 결국
사기 미수는 수사하기가 좀 그렇다며,
이미 그 사건의 피해자들이 있으니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취소를 권하는 분위기였다.

마음이 좀 그랬다.

내가 괜히 온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분명 무서웠고 억울했고
실제로 휘말린 일이었는데
그 감정의 무게가
어딘가 서류 바깥으로 밀려나는 기분도 들었다.
세상 일은 분명 내 삶을 뒤흔들 만큼 컸는데,
제도 안에서는
때로 애매하다는 말 한마디로
작아져 버리기도 한다.

여튼
그렇게 경찰서를 나오고
엄마네로 갔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갔다.

중간중간
체험단 약속도 잡았다.
요즘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일정을 하나씩 채워 넣는 일이
조금 낯설고도 신기하다.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약속들이
내 시간표 안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밥은
아들이 찾은
금촌의 개성만두전골집에 갔다.
따뜻한 국물과 만두전골은
이상하게 사람 마음을 조금 진정시킨다.
복잡했던 생각도
뜨거운 국물 앞에서는
잠깐 단순해진다.
맛있게 먹고,
메가에서 커피 한 잔까지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석이는 준비하고 바로 나갈 시간이었다.
그렇게 금방 나가고,
나는 또 블로그를 했다.

계속.

요즘은 체험단 일정을 잡아 두고 보면
다음 주가 거의 일주일 내내 채워져 있다.
신기하다.
정말 체험단이라는 세계는
나에게는 너무 새로운 세계다.
감사하기도 하고,
조금 얼떨떨하기도 하고,
어쩌면 요즘의 나에게는
생명줄 같은 일이기도 하다.

사람은
너무 힘들 때
거창한 구원보다
작게 이어지는 일정 하나,
답장 하나,
선정 문자 하나 같은 것으로도
다시 숨을 쉬게 되는 것 같다.
체험단이 내게는
지금 그런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아주 커다란 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을 조금 더 앞으로 밀어주는 힘.

그런데 엄마는
또 화장실에서 넘어졌다고 하고,
자꾸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기분이 좀 그랬다.
듣고 싶지도 않고,
들어주고 싶지도 않은 마음.

아마 결국
나는 나를 먼저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누군가의 절망이 너무 가까이 오면
그 사람을 위로하기도 전에
내 쪽의 숨이 먼저 막힐 때가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 받아내려 하기보다
조금 거리를 두는 것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15분 루틴은 했다.

조금 전에는
아들과 1시간 동안 통화했다.
회사의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길게 나누고 나면서
당장 답답함도 느끼고, 내려놓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도 각자 다른 성격이기에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마음이 다름이 분명하다.

나는, 최악의 상황, 앞으로의 대비를 모두 철저히...

그런걸 할수없다. 하기도 싫다.

그저 다 술술풀리기를 기도할뿐.

오늘은
경찰서의 허탈함도 있었고,
만두전골의 따뜻함도 있었고,
체험단 일정이 채워지는 신기함도 있었고,
엄마의 말이 남긴 무거움도 있었고,
아들과의 통화가 준 현실적인 직시도 있었다.

사는 일은 정말
한 가지 감정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허탈하고, 감사하고, 무겁고, 신기하고, 또 버텨야 한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해낸 것들

설거지 하기
엄마에게 줄 스카프와 꽃송이버섯 챙기기
경찰서 가서 조서 꾸미기
엄마와 아들과 개성만두전골 먹기
메가커피에서 커피 마시기
체험단 일정 잡기
블로그 계속 하기
아들과 1시간 통화하기
15분 루틴 완료


역사 속 4월 10일의 장면들

1️⃣ 1912년 4월 10일 — 타이타닉, 첫 항해를 시작하다
브리태니커와 HISTORY에 따르면 RMS 타이타닉은 이날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뉴욕을 향한 첫 항해를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배의 출항은, 며칠 뒤 전혀 다른 의미의 역사로 남게 된다.

2️⃣ 1872년 4월 10일 — 미국 첫 식목일(Arbor Day)
브리태니커의 4월 10일 기록에는 미국에서 첫 Arbor Day가 이날 기념되었다고 나온다. 나무를 심는 날을 따로 정했다는 건, 당장의 수확보다 오래 걸리는 미래를 믿어보자는 뜻처럼 느껴진다.

3️⃣ 1849년 4월 10일 — 안전핀 특허 등록
HISTORY에 따르면 발명가 월터 헌트는 이날 안전핀 특허를 등록했다. 너무 익숙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물건도, 누군가의 번뜩이는 생각 하나로 일상을 크게 바꿔 놓는다.

4️⃣ 1998년 4월 10일 — 벨파스트 협정, 북아일랜드 평화의 전환점
브리태니커는 이날 이른바 굿프라이데이 협정이 타결되며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의 큰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설명한다. 오래 꼬인 갈등도 어느 날 갑자기 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사에는 분명 “이날 이후 달라졌다”라고 적히는 날이 있다.

5️⃣ 2019년 4월 10일 —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 공개
브리태니커의 4월 10일 기록에는 이날 천문학자들이 거대은하 M87 중심 블랙홀의 첫 이미지를 공개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오랫동안 이론과 상상 속에 있던 존재가 마침내 이미지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6️⃣ 1970년 4월 10일 — 폴 매카트니, 비틀스 탈퇴 발표
HISTORY에 따르면 폴 매카트니는 이날 자신이 더 이상 비틀스와 함께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한 시대를 상징하던 그룹도 결국은 한 사람의 결심과 발표로 갈라지는 순간을 맞는다.

7️⃣ 1975년 4월 10일 — 리 엘더, 마스터스에 출전한 첫 흑인 골퍼
HISTORY는 이날 리 엘더가 마스터스에 출전한 첫 흑인 선수로 기록됐다고 전한다. 스포츠의 기록은 점수와 우승만이 아니라, 누가 처음 그 문을 열었는지로도 오래 남는다.

8️⃣ 1633년 4월 10일 — 런던에 처음 등장한 바나나
브리태니커는 이날 런던의 한 상점 창가에 바나나가 놓였고, 낯선 과일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소개한다. 지금은 너무 흔한 것도 처음 등장하던 날에는 사람들을 멈춰 세우는 신기한 구경거리였을지 모른다.

9️⃣ 매년 4월 10일 — 진실을 알 권리와 피해자 존엄을 위한 국제의 날
유엔은 4월 10일을 ‘중대한 인권침해에 관한 진실을 알 권리와 피해자 존엄을 위한 국제의 날’로 기념한다. 어떤 날은 과거 사건을 기억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피해자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지를 다시 묻게 한다.


오늘의 문장

“오늘은 허탈한 마음으로 경찰서를 나왔고,
따뜻한 만두전골 앞에서 잠깐 마음을 놓았고,
새로운 일정들이 채워지는 걸 보며
그래도 조금은 살아볼 힘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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