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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 나무 Nov 06. 2023

수술 후 퇴원과 2차 병원 입원

2차 병원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확대되면 좋겠다

서울대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엄마를 모신 곳은 처음 췌장암을 발견한 병원이었다. 8월 14일에 입원을 하셨으니 수술 후 꼭 1주일 만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일정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큰 수술을 받으시고 단 1주일 만에 퇴원을 하셨다니 새삼 놀랍기만 하다.)


배액관은 제거했지만, 수술할 때 내시경이 삽입됐던 곳은 이제 겨우 아물어 가는 중이었다. 실밥을 제거하는 일이 남았지만, 웬만한 가까운 병원에서 제거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았다. 하기야 대형 수술만 해도 정신 못 차릴 만큼 분주한 병원에서 고작(?) 실밥 제거하는 일은 치료 수준에도 끼지 못할 일이기는 할 것이다. 전문가의 눈에는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마저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찢어진 상처에 연고 바르고 일회용 밴드를 붙였다 떼는 일도 아닌데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대형 병원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진료 한 번 받은 적 없는 낯선 병원에 가서 실밥 제거를 해달라고 하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인가. 게다가 코로나가 한참인 시점에 어느 병원도 기존 환자들 외에 타 병원 환자를 선뜻 받아 줄 리 만무했다. 


고심 끝에 엄마가 전원 되기 전에 방문했던 동네 병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수술 이전 가장 최근의 기록이 남아 있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도 다른 병원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었다. 병원은 주로 유방암을 전문으로 하는 중급 규모의 2차 병원이었는데 내과와 외과도 있어서 입원만 허락해 준다면 얼마간 모시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수월할 줄 알았지만 진단 전에 엄마를 진료했던 내과에서는 입원 허락을 받을 수 없어서 실망했다. 하지만, 다행히 같은 병원 외과에서는 2주 정도 입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한숨 돌렸다.

서울대 병원에 입원하셨던 동안은 2인 1실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지내셨다. 보호자 1인만 하루 두 번, 한 번에 한 시간씩 제한된 면회 시간에 환자를 만날 수 있었고, 모든 치료적인 보호는 간호사들이 전담하는 곳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와의 접촉이 더욱 제한되기도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스템으로 인해 환자가 온전히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자동으로 상반신을 일으킬 수 있는 전동 침대라서 몸을 일으키기가 수월했고, 병실 안에 개별 화장실이 있어서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네 병원에 입원하는 날, 병실을 둘러보는 엄마의 실망한 표정과 짜증과 무력감이 뒤섞인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4인 1실에 보호자와 환자의 대화 소리에 TV 소리까지 더해져 어수선한 병실은 차치하더라도 일자형 침대와 병실 밖 복도 끝에 자리 잡은 공용 화장실은 엄마에겐 거대한 장벽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몸을 일으켜 세울 힘조차 없는데 접히지 않는 침대를 보고 너무 당황해하셨다. 보조기구에 기대서 겨우 조금씩 움직이는 수준인데 혼자 힘으로 복도 끝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나 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고 하셨다. 당장이라도 전동 침대가 있고, 병실 안에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옮겨 달라고 투정하시는 모습에 어찌할 바 몰랐다. 엄마는 평소의 엄마가 아니었다. 아이처럼 투정 부리는 모습에 당황스러운 한편 나조차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계속 떼를 쓰시는 것 같이 느껴져 화도 났다. 


 환자의 보호자로서 새삼 깨달은 것은 환자가 겪는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질병과 함께 찾아오는 심신의 무력감과 퇴행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로서는 환자가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스템이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치료에 집중하고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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