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이민 온 지 9년. 예상은 했지만 해가 갈수록 피하지방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었고, 20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해 오던 필라테스 덕에 식습관 조절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에 노출된 나의 몸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이민 온 지 3년 차에는 한국에서의 몸무게보다 15kg 정도가 더 나가게 돼버렸다. 지금은 그때보다 살이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5kg 정도 살이 찐상태이다.
이 무거워진 몸을 다시 예전처럼 돌리고자 올해 2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유산소 운동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수영 이외에는 유산소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달리기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이다.
첫 달은 온라인상의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30분 동안 달리기와 빨리 걷기를 번갈아했고, 둘째 달에는 트레드밀의 경사도를 13으로 맞추고 하이킹과 달리기를 반복해서 했다. 거의 매일 달리기를 해서인지 셋째 달인 4월에는 제법 빠른 속도로 1시간 넘게 뛸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처음엔 5분 뛰는 것도 힘들어했었다) 운동을 하는 세 달간 페스카테리안식에 맞춰 채식과 생선, 해산물로만 식이 조절도 했다.
첫 달엔 80km, 두 번째 달엔 115km, 그리고 마지막 달인 4월엔 130km, 총 325km를 뛰었다.
그렇게 엄청난 거리를 뛰고... 3kg가 쪘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유산소를 하는데 왜 살이 찌는 건지… 식이 조절을 하는데도 왜 살이 찌는 건지…
신랑의 말에 따르면 유산소를 한다고 해서 살이 빠지는 건 아니란다. 운동과 식이요법에 관해선 척척박사인 신랑이 길게 뭐라고뭐라고 설명을 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산소를 많이 하면 당연히 살이 빠지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불만스럽게 징징거리는 내게 신랑이 물었다.
“너 지난달에 라면 몇 번 먹었어?”
페스카테리안을 하면서도 도저히 끊어내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라면. 면을 극도로 좋아하는 나는 국수, 라면, 칼국수, 짜장면, 짬뽕, 메밀, 쫄면, 이런 것들을 한국에 있을 때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먹었었다. 이민 온 뒤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라면이다 보니 라면의 섭취량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인가?”
신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거짓말. 너 저번 주에만 라면 두 번 먹었어. 한 달 동안 최소 10번은 먹었을걸?”
"....."
“네가 아무리 식이 조절을 해도 라면을 그렇게 먹으면 살 빼기 힘들어.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신랑 말이 다 맞다. 그래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한 달 동안 라면을 끊어 보기로. 또한 한 시간이 넘는 러닝 후에 배가 고파서 식사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 이것도 신랑이 시키는데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적당하게 병행하기로 했다.
지난 3주 동안은 휴가라서 운동과 식이 조절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휴가 동안 따뜻한 날씨를 핑계로 뒷마당에서 삼겹살도 구워 먹고 제육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오늘 점심으로 작별 라면을 먹었다.
시어머니가 사용하시던 트레드밀. 일주일 전 바이크까지 받아왔다. 유산소의 끝을 보여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