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 Perich Jun 13. 2024

마멋,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 주마

Groundhog 몰아내기

   

   지난달, 가든 박스를 사서 뒷마당 한편에 설치했다. 매해 여름,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다 보니 덱이 지저분하기도 했고 토끼나 다람쥐, 그리고 마멋(Groundhog) 등이 자꾸 야금야금 먹어버려 높이가 있는 가든 박스를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지대를 설치하고 가든 박스를 올린 뒤, 부드럽게 일군 땅 위에 나뭇가지와 가든 패브릭을 깔고 엄청난 양의 흙을 들이부었다. 그곳에 상추와 양배추, 케일, 고추와 피망, 토마토, 부추 모종을 사 심었다. 내 무릎까지 오는 가든 박스니 토끼나 마멋이 타고 올라가진 않겠지 싶었는데 그 기대는 다음날 아침 완벽하게 깨어졌다.

하룻밤 사이 자취를 감춰버린 내 채소들


   몇 해째 계속 내 속을 썩이고 있는 마멋이 새로 심은 채소를 전부 다 먹어치운 것이다. 이제 막 부드러운 잎을 키우던 상추는 물론이고 양배추와 케일까지 모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는 마멋을 쫓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우리 집에 상주하는 다람쥐 데이브(Dave) 와 토끼 데이지(Daisy)

    우리 집에 상주하는 토끼와 다람쥐가 있는데 얘네들은 얼마 먹지도 않고, 먹는다고 해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저 '아이고~ 우리 데이브와 데이지가 배가 고팠네~' 하는 수준인데 반해 이놈의 마멋은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작년에 갑자기 나타난 이 요물은 덱에 있던 내 화분을 전부 자빠뜨리고 소중한 채소와 귀하디 귀한 깻잎까지 다 먹어치웠을 뿐만 아니라 수십 마리의 친구들까지 데려와 말썽을 피웠었다. 작년엔 Moth ball(나프탈렌)을 이용해 겨우 몰아냈는데 올해 다시 나타나다니!
   여름이면 거의 매일 잔디에서 뛰어노는 만두와 하나 때문에  화학 물질이나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천연 재료 위주로 검색을 했다. 그렇게 알아낸 것이 바로 고추와 마늘. 마멋이 고추와 마늘 냄새에 질색을 한다는 것이다. 고추 모종엔 손도 대지 않은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


작년 사진들. 상추와 토마토뿐만 아니라 내 소중한 깻잎까지 전부 먹어치운 그라운드호그


    바로 태양초 고추장과 태양초 고춧가루를 꺼냈다. 거기에 생 마늘과 매운 고추까지 잘라 넣어 가든 박스와 지지대 위에 뿌렸다. (뿌리기 전에 만두와 하나가 혹시나 먹지 않을까 싶어서 시험을 해보았는데 둘은 냄새 맡는 것도 거부할 정도로 싫어했으니 걱정 마세요.)


    그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결론은 대성공. 마멋이 상주했던 덱 아래쪽에까지 고춧가루를 뿌려서 인지 거주지까지 옮긴 것 같다.(야호!!)

    느리지만 다시 자라고 있는 나의 상추와 케일, 그리고 양배추. 오늘은 집 안에서 키우고 있던 깻잎까지 가든 박스에 옮겨 심었다.

   나도 기침이 나올 정도로 매운 한국의 태양초 고추장과 고춧가루이니, 너희가 버틸 리가 없지.
   그래도... 혹시 몰라 경고하는데...

   절대, 깻잎은 먹지 마라.

   진짜 화낸다. 진짜다.

다시 자라고 있는 채소들과 내 소중한 깻잎
작년 홈카메라에 찍힌 영상



그라운드호그(마멋). 사진 출처:구글

브런치북

도서 구입: 종이책 & 전자책 종이책은 빠른 배송이라 웹사이트에 보이는 것보다 빨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당일배송 또는 1 ~ 3일 이내로 바로 발송됩니다.)


이전 06화 신랑과 나의 아지트, 뒷마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