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신랑의 둘째 조카 고등학교 졸업 파티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졸업 파티를 성대하게 하는 편인데, 여유가 있는 집에선 장소를 섭외하거나 케이터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 파티를연다. 토요일 아침, 뒷마당이 넓은 시아버지 댁에서 파티를 하기로 한 조카를 위해 새벽부터 온 식구들이 출동했다. 조카가 좋아하는 타코를 만들고, 과일을 자르고, 컵케이크와 쿠키 같은 간식들도 준비했으며, 방문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사진 부스도 세우고 천막과 테이블, 의자, 야드 게임도 뒷마당 곳곳에 설치했다.
드디어 오후 1시. 파티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한 조카는 우리가 준비한 것들이 마음에 드는지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식구들을 껴안아 주었다. 9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 쪼그만 꼬맹이였던 Ava가 벌써 이렇게 커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다니. 나이가 들수록 내 나이 드는 것보다 다른 사람 나이 드는 것에 더 놀란다고 하더니 그 말이 해가 갈수록 실감이 난다. 속속들이 사람들이 도착하고 에바는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함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고, 우리도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일 키가 작은 에바 ♡ 너무 귀여워!
신랑과 형제 세명 그리고 친구. 가운데가 우리 신랑 ♡
파티가 끝나고 오후 늦게까지 뒷정리를한신랑과 나는,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에바에게 건넸다.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대학 등록금에 보태 쓰라고 용돈을 선물로 주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는 에바가 갖고 싶어 하는 걸 사주고 싶어서 무엇이 필요한지 미리 물어본 터였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면서 피부 관리와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에바는 내가 쓰는 한국 화장품을 선물로 받고 싶어 했다. K 뷰티에 관심이 많은데 막상 사려니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초 화장품을 사줄 수 있냐는 말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올리브 영에서 주문한 각종 기초 화장품과 클렌징, 아주 기본적인 메이크업 제품들. 다행히 너무나 좋아하는 에바에게 어떤 순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지금 그 자체로도 너무 예쁘니 화장은 너무 진하게 하지 말라는 할머니 같은 당부와 함께.
가족. 그 울타리 안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으며 더불어 성장한다. 신랑과 시댁 식구들, 나에겐 보물과 같은 이 사람들. 네가 웃으니 나도 기쁘고, 네가 행복하니 나 또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