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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Jul 11. 2024

5개월 만에 끝난 욕실 리모델링

그래서 올해 부엌 리모델링은 포기...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욕실 리모델링이 드디어 끝이 났다. 창문틀 교체, 타월 걸이, 샤워 홀더, 데코용 액자, 방향제 같은 자잘한 것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성격 급한 신랑과 나는 일찌감치 아래층 욕실에서 메인 욕실로 옮겨왔다. 첫 개시로 배쓰 밤을 풀어 탕 목욕도 하고, 오래된 매트와 샤워 커튼을 교체했으며 어떤 액자로 데코를 하면 좋을까 여기저기 구경도 다녔다.


리모델링 후. 창문 틀을 주문했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교체를 하지 못했다.
리모델링 전 사진을 찍지 않이서 공사 중에 찍은 사진(좌)과 전에 살던 사람들이 부동산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우)


   조금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인테리어 업자의 도움 없이 오롯이 신랑과 시아버지의 손으로 끝낸 욕실 리모델링. 신랑도 신랑이지만, 시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시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자 시아버지께선 비싼 돈 들여 외식하지 말고 집에서 간단하게 먹자고 했다. 말씀은 외식하는 것이 비싸다, 번거롭다 하셨지만 은연중에 내가 만든 음식이 먹고 싶다는 뜻이 녹아 있었다.

   참고로 시아버지께선 내가 만든 음식을 정말로 좋아하신다.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 내가 만든 건 뭐든지 맛있다며 밥그릇을 싹싹 비우곤 하시는데 리모델링하는 동안에도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만들어 드리면 "이러다가 5Kg가 찌는 건 시간문제야!"라며 농담을 하시면서도 단 한 번도 음식을 남기는 법은 없으셨다. 그동안 해드린 한국 음식은 김치찌개, 김밥, 칼국수, 수제비, 만둣국, 김치전, 부추전, 감자전, 김치볶음밥, 닭갈비, 삼겹살 등등... 셀 수도 없이 많고 스테이크나 생선 튀김, 양념새우, 야끼소바, 퀴노아 버거, 블랙빈 버거, 고구마 & 진저 수프 같은 것들도 만들어 드렸었다. 혼자 지내시다 보니 식사를 대충 토스트로 때우시거나 가공식품을 데워서 드시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스테이크가 드시고 싶다는 시아버지의 요청으로 신랑과 나는 아침 일찍 코스트코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사고 오랜만에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도 한 병씩 샀다.
   저녁 5시, 시간 맞춰 도착하신 시아버지는 나름 새롭게 꾸며진 욕실부터 구경하신다.

   신랑은 미리 재워둔 스테이크를 굽고, 나는 파프리카, 갈릭 파우더 등으로 시즈닝 한 야채를 오븐에 구웠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구울 때면 늘 함께 곁들이는 구운 마늘과 구운 김치도 준비했다.
    비싼 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내가 만든 사이드 음식들, 쉴 틈 없이 수다를 떨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마무리했다. 역시나 시아버지께선 구운 김치까지 싹싹 다 드셨고 신랑과 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엔 뒷마당 덱에 둘러앉아 모닥불을 피웠다. 와인을 곁들이며 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문다.
   

   소소함과 잔잔함, 평범하지만 근사한 하루가 주는 행복과 충만. 우리의 따뜻한 저녁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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