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아버지와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시아버지께서 무언가 기억나신 듯 무릎을 탁 치며 말씀하셨다. "소피! 도니(시아버지 형)가 얼마 전에 코리안 푸드 트럭에서 불고기를 사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대!" 신랑과 나는 단번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코리안 푸드 트럭이라고요? 둘루스에 코리안 푸드 파는 데가 있다고?!!" "아니야! 분명히 코리안 푸드라고 했어! 불고기를 먹었다고 했는데!" "엥??!!" 바로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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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코리안 푸드 트럭 in 둘루스! 약 2달 전에 영업을 시작했다는 "Sunhee's Little Table". 로컬 뉴스를 담당하는 리포터가 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고 너무 맛있어서 뉴스에까지 내보냈다며 보도 영상이 떴다. 한국에서 10년 전에 이민을 온 선희 씨께서 둘루스에 한국 음식이나 레스토랑이 전무하다는 것을 깨닫고 푸드 트럭을 하기로 결심하신 것이다.
이렇게 고맙고, 고마울 때가.
다음날, 데이 근무를 마치고 신랑과 함께 푸드트럭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이 아니라 푸드 트럭이다 보니 메뉴는 불고기 덮밥, 제육 덮밥, 잡채가 전부였지만 단 한 번도 한국 음식을 파는 곳을 둘루스에서 보지 못한 우리에겐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니 "한국분이세요?"라는 정겨움이 되돌아온다. 얼마 만에 한국말로 대화를 하는 건지!!! 너무 흥분한 데다 선희 씨의 약혼자분은 한국말을 못 하셔서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서 하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언어로 조잘거렸지만 한국인이 극히 드문 곳에서 만난 사이이니 나의 흥분을 이해를 해주셨으리라 생각한다. 메뉴에 있는 세 가지를 전부 다 주문하고 한창 이야기 삼매경. 선희 씨는 10년 전에 매사추세츠주로 처음 이민을 오셨다가 2017년 7월에 둘루스로 이사를 오셨다고 했다. 내가 2017년 5월에 둘루스로 이민을 왔으니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곳으로 온 것이다. 토종 한국인답게 나름 공통점을 찾은 우리는 한동안 흥분된 어조로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하는 동안 준비된 세 메뉴. "많이 담아 드려야겠다!"라며 양껏 담아주신 음식에 잡채는 그냥 서비스라며 공짜로 주셨다.
또 들르겠다며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져와 바로 폭풍 시식. 한 입 넣자마자 신랑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말했다. "그래! 이거지!" 이제껏 내 손으로 다 만들어 먹던 것을 이제 이곳에서 사 먹을 수 있다니! 한국에 계신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뭘 그렇게 호들갑 이래 하실 수도 있겠지만, 거의 10년을 한국 레스토랑이 전무한 곳에서 생존한 나로서는 정말 신의 축복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미 내가 일하는 IV 팀과 병원 곳곳에 이 푸드트럭에 대해 소문을 내놓은 상태이고 이번 주말엔 시댁식구들을 이끌고 한번 더 방문할 예정이다. 꼭 대박이 나셔서 레스토랑까지 오픈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