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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박사 마이오스 Sep 29. 2024

행성의 신화 4

수성/붓다

수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이기 때문에 왕자의 대우를 받는다. 

수성은 왕족의 혈통을 지닌 왕자의 온갖 혜택과 권리만을 누리면서 재미와 흥미를 찾아 즐기는 자유로운 행성이다. 

그래서 행성이 갖고 있는 성적인 정체성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이다. 

점성학에서 수성은 길성에 속하지만 흉성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는 행성으로 통한다.

이런 특성을 가지게 된 이유는, 수성의 행성 신화를 알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가게 된다.

수성은 태양계 궤도 위치와 걸맞게 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로 있다. 

그래서 가장 정력적인 달의 이야기와 함께 시작한다. 


달이 성인이 되어 대단한 힘과 능력을 보유하게 되자 아홉 여신(초승달/그믐달/아름다운 몸/양분이 풍부/광채/훌륭함/유명함/확고함/풍요로운)의 수발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행성 중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인 목성의 제자가 되었다. 

목성에게는 ‘타라’라고 하는 부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은연중에 잘생긴 ‘달’을 흠모하고 있었고 ‘달’도 내심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목성’이 며칠 집을 비우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 이때를 기회로 ‘달’과 ‘타라’가 서로 눈이 맞아서 사랑을 나눈 것도 부족해서 아애 둘이 도망가 버린 일이 발생한다.

집에 돌아온 ‘목성’이 이 사실을 알고 ‘타라’가 있는 곳에 아내를 돌려보낼 것을 경고하지만 ‘달’은 ‘타라’가 자기를 따라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목성’은 제자인 ‘인드라’를 통해 ‘타라’를 데려올 것을 명하였다. 

스승의 명령에 따라서 ‘달’에게 ‘타라’를 내줄 것을 요구하자 ‘달’은 단호히 거부하여 둘 사이에는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 길어지자 창조주인 브라마가 나서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타라’를 돌려보낼 것을 명령하자 ‘달’도 어쩔 수없이 ‘타라’를 다시 돌려보내게 된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타라’를 본 순간 ‘목성’은 분노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유는 그녀가 임신한 상태로 배가 불러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목성이 당장 아이를 배에서 꺼내서 처리할 것을 요구하자 그녀는 어쩔 수없이 아이를 자궁에서 꺼내보니 아이의 모습이 눈부신 광채의 남자아이였다. 

이런 훌륭한 모습의 아이를 바라본 ‘목성’은 순간 욕심이 생겨서 어쩌면 자신의 자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자식이라고 우겼다. 

그래서 ‘타라’에게 누구의 자식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타라’는 끝내 그 요구를 거부 했지만 ‘브라마’는 누구의 자식인지 알아야만 했기 때문에 ‘타라’에게 자신에게만 누구의 자식인지를 알려달라고 하자, ‘타라’는 그 아이가 달의 자식이라고 실토하게 된다. 

그 아이가 바로 수성이다.

수성은 탄생부터가 무언가 여기저기 얽혀있는 가족사의 희생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유분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더해서 성적인 정체성까지 명확하지가 않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이렇다.


‘바이바스바타’라는 태양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낳은 첫째 아이는 ‘일리’라는 딸이었다. 

그런데 아들을 원했던 ‘바이바스바타’는 ‘나라야냐’라는 ‘비쉬누’ 화신에게 제를 올려서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바꾸게 만들고 ‘수듐나’라는 이름을 갖게 한다.

‘수듐나’는 재능이 뛰어나고 잘생긴 왕자로 성장을 했다. 

하루는 그가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어느 숲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숲을 통과해서 나오자 자신을 따르던 병사와 신하들이 모두 여자로 변해 있었다. 

놀라서 자신의 모습을 샘물에 비추어 보니 자신 또한 이전의 여자아이였던 ‘일리’로 변해 있었다. 

이유를 알아본 결과, 그 숲은 예전에 ‘쉬바’가 아내인 ‘파바티’와 그 숲에서 부부관계를 즐기다가 ‘데바’에게 들키게 되자 아내의 수치심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는 이 숲에 들어오는 누구라도 자신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로 변하게 주문을 걸어놓았던 것이었다. 

여자로 변해버린 ‘수듐나’는 결국 왕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숲을 방랑하다가 수성이 살고 있던 오두막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살게 되면서 둘 사이에 ‘뿌루바라스’라는 남자 아이도 낳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남자로 돌아가고 싶었던 ‘수듐나’는 성자(리쉬) ‘바시스타’에게 남자로 다시 되돌려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쉬바’의 부탁으로 이 숲에 오면 여자로 바뀌게 한 것이 자신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부탁을 동시에 만족시킬 방안을 연구한 끝에 생각해 낸 방편이, 한 달씩 돌아가면서 ‘수듐나’와 ‘일리’로 살게 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수성은 자신이 직접 남자와 여자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파트너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 정체성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점성학에서 ‘수성’은 놀기도 좋아 하지만 가장 이지적이고 사리분별이 명확한 행성으로써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적은 합리적인 사고와 이해력을 가진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행성의 다른 명칭도 부처라는 의미의 붓다이다. 

이러한 행성의 특성은 신화의 내용을 통해서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적인 의미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신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법이다. 

수성이 ‘달’의 자식이라는 의미는 ‘달’이 가진 심성과 감정적 의식을 대변하고 있으며, 인간의 인식은 감정이 지배하는 감각적 지각의 의식이 항상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성학의 개인 차트에서 ‘수성’과 ‘달’을 잘 분석하면, 개인이 가진 감정의 원천과 공감능력을 알아볼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차트에서 불리하게 배치된 달과 수성은 정신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을 소지가 많다. 

인도 점성학에서는 전통적으로 달을 가장 중요한 행성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앞으로 설명할 27개 별자리에 관한 이야기도 이러한 맥락에서 그 의미를 파악해야만 하는 것이 인도 점성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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