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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박사 마이오스 Sep 29. 2024

행성의 신화 5

목성/구루

목성은 창조주 브라마의 직계 손자다. 

브라마가 천상에서 요정들을 보고 욕정을 느껴서 유출된 정액을 불에 넣어 태어난 ‘앙기라’라는 3명의 자식 중 하나가 목성의 아버지다.

목성은 크기가 지구의 11배이며 무게도 3배가 넘는 중후한 행성이다. 

로열 패밀리다운 출생이 말해 주듯이 목성은 축복과 은혜 그리고 행운을 상징하기 때문에 점성학에서는 행성들 중 최고의 길성에 속한다. 

그래서 모든 천사(데바)들의 스승이며 조언자이기 때문에 어떠한 불운한 일이나 불행한 사고도 목성이 개입하면 액운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 

목성의 신화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목성이 천사들의 스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고행을 수행하면서 얻은 지위이기 때문에 항상 악마(아수라)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참고로 금성은 악마(아수라)의 스승이기 때문에 악마들을 위해서 금성은 목성만큼이나 열심히 노력한다. 

길성에 해당하는 금성이 악마의 스승이라는 것에 대해서, 대개 우리의 개념상 이해하기가 힘든 이유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무의식적 개념을 쉽게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다. 

베딕 철학에서는 선과 악의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도덕적 관념을 기준으로 선과 악을 분류하고 선을 향한 목적이 인간의 최고의 가치라는 무의식적 관념이 모든 생각의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인도의 사상에 이질감을 느끼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베딕 철학에서 파생된 불교 철학의 부처도 생전에 선과 악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의나 개념을 언급한 적이 없다. 

부처가 생각하는 깨달음의 최대 적은, 모든 집착의 원인인 상(象)을 만들어 내는 편견이기 때문에 선과 정의처럼 어떠한 개념도 이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대적, 문화적 여건과 역사적, 정치적 상황이 만들어낸,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리다’는 주관적 관념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깨우침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베딕 점성학에 등장하는 천사의 집단인 ‘데바’와 악마의 집단인 ‘아수라’를 우리가 생각하는 선과 악의 관점에서 판단하면 곤란하다. 

베딕 철학의 선과 악은 음과 양이라는 수레의 두 바퀴라고 생각해야 한다. 

즉 선과 악이라는 것은 낮과 밤처럼 세상이 돌아가는 하나의 원리인 것이지 배척하거나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성이 악마(아수라)의 스승이 되는 이유도, 목성과 천사(데바)들의 상대적인 개념인 것이지 종교나 도덕적 기준의 그런 악마라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 점성학에서는 금성이 목성보다 세속적 삶에서는 더 선호도가 높은 행성이다.

다시 신화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금성이 데바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수행하느라 바쁜 동안에 목성의 제자인 인드라(불의 신)가 자신의 딸인 ‘자얀티’를 스파이로 금성에게 보낸다. 

그녀의 임무는 금성이 수행하는 동안에 금성의 수발을 들면서 그가 터득하게 될 ‘진언(주문)’을 알아오라는 것이다. 

참고로 베딕 시대 인더스강 상류(인더스강 하류는 원주민인 ‘드라비디안’족이 있었음)의 아리아인들의 기원으로 알려진 ‘말’과 ‘소리(주문)’에 대해, 그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적 주문이나 불교의 염불 같은 것의 원조가 여기서 기원한 것이다. 

성경 창세기의 태초에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말’의 역사적 기원도 기독교 구약 성경 훨씬 이전, 베다 경전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금성은 ‘자얀티’의 수발을 받으며 수행이 끝났지만 은연중 정이 들어, 그녀가 10년간만 부부가 되어줄 것을 부탁하자 금성도 그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여 둘은 몰래 숨어서 부부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목성은 금성이 부재한 10년을 이용해 자신이 금성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아수라들의 스승이 되어서 그들의 에너지를 다 소모시켜 버린다. 

10년이 지나 금성이 다시 자신의 거처로 복귀를 하자, 똑같은 모습의 두 명의 스승을 본 아수라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데 진짜 스승을 가짜로 오인해 내쫓고 자신들을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아수라들은 다시 금성을 찾아가 자신들의 잘못을 빌고 원래의 힘을 회복하게 된다. 

한편 목성의 데바들은 제자인 인드라와 목성 간의 반목으로 목성이 거처를 떠나면서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아수라들이 공격을 가해서 이제 상황은 역전이 된다. 

인드라는 목성을 대신해 임시 스승인 ‘비슈바루파’를 모셔오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결국 인드라는 목성을 찾아 자신의 잘못을 빌고자 연꽃에 갇혀 천년 동안 수행을 하고 용서를 받음으로써 데바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목성의 이름인 ‘구루’의 뜻은 ‘무거움’을 의미하지만 여기서 무겁다는 것은 지식과 지혜의 무게를 말한다. 

목성의 역할은 정신적, 행위적 올바름과 인간의 영적 본성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하며, 신적 본성을 일깨우는 소리의 역할을 목성이 담당하기 때문에 ‘소리의 신’이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다. 

또한 ‘지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세상에서 우주에 대한 무지를 벗어난 의식이자 물질을 산출하는 마음인 최고의 지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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