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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박사 마이오스 Sep 29. 2024

행성의 신화 6편

금성/수크라

금성은 목성과 함께 창조주 브라마의 직계 손자(목성의 아버지는 ‘앙기라’, 금성의 아버지는 ‘브리구’)이므로 서로 사촌 관계이지만 경쟁과 견제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목성과 함께 가장 선호하는 길성에 해당하는 금성은 아수라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선을 상징하는 ‘데바’와 악을 상징하는 ‘아수라’의 차이를 점성학에서는 도덕적 기준의 선과 악이 아니라, 목성은 ‘다르마’적 성향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금성은 ‘아르타’와 ‘까마’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속적 기준에서 보자면, 다르마적 성격의 목성은 융통성이 떨어지는, 올바름이라는 무게감 있는 길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금성의 아르타와 까마는 진중한 무게감은 떨어지기는 하지만, 물질적인 현대사회에서 선호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금성이 가진 속성은 예술적 세련미와 정교함을 겸비한 사교성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완만한 방식으로 조화롭게 매사를 이끈다.

금성의 신화는 다른 행성들에 비해 다양한 윤회를 통하여 활동적이며 열정적인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금성이 가진 다재다능한 능력과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내용이 좀 길다.


금성은 소년 시절 아버지 ‘브리구’가 만다라 산에서 어렵고 힘든 수행의 오랜 시간 동안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이렇게 긴 시간에 금성은 항상 홀로 하늘은 바라보며 외로움에 젖어 있었다. 

금성의 신화는 이렇게 수천 년이라는 아버지의 긴 수행 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이 만들어내 이야기다. 

변함없이 하늘을 응시하던 어느 날 금성은 우연히 ‘비쉬바치’라는 하늘을 날고 있는 요정에 현혹되어서 산란해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인드라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거기서 다시 ‘비쉬바치’를 발견한 금성은 그 여인과 사랑에 빠져 천국의 귀퉁이에 오두막을 짓고 살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 사랑의 열정이 너무 넘쳐 금성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게 되면서 천상에서 달로 추락하게 된다.

 그곳에서 금성의 혼이 비가 되어 지상의 논바닥으로 흘러들어 갔다. 

금성은 이 논에서 생산된 쌀을 브라만이 먹어 만들어낸 정액으로 브라만의 아들로 환생한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금성은 산에 들어가 오랫동안 금욕적인 수행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는 동안 암사슴으로 환생한 ‘비쉬바치’와 다시 사랑에 빠져 인간 자식까지 두게 되었다. 

금성은 다시 독사에 물려 죽은 후에 한 왕국의 왕자로 환생하기도 하고 독사로 그리고 대나무로 그리고 성자의 아들로 환생하는 등 수없이 많은 윤회를 거듭하는 동안 드디어 브리구는 긴 명상에서 깨어나 죽어 말라비틀어진 시체 상태의 금성을 발견한다.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브리구'는 당장 죽음의 신인 ‘마야’를 불러 저주를 내리려고 하자 ‘마야’는 그것은 금성이 선택한 행동이 만들어낸 자신의 '카르마'라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금성에게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 준다. 

야마는 브리구가 보는 앞에서 금성을 재생시키고 향후 금성은 수행을 통해 ‘쉬바’의 아들이 될 것임을 알려준다. 

이제 배경은 ‘쉬바’와 그의 아내인 ‘파바티’로 바뀐다. 

어느 날 ‘파바티’가 장난삼아 ‘쉬바’의 눈을 두 손으로 막는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전 우주가 어둠에 잠긴다. 잠시 뒤에 막았던 두 손을 떼자 우주의 빛은 다시 돌아오고 별안간 한 소년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파바티' 누구냐고 묻자 당신이 어둠을 일으켜 만들어낸 당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어둠(안다카)’이라고 이름을 짓자고 한다. 

소년은 빠르게 덩치가 큰 아수라로 성장하여 ‘데바’들을 사정없이 무찌르기 시작했다. 

상황은 역전되어 다시 전열을 정비한 ‘데바’들의 반격으로 많은 ‘아수라’들이 죽게 된다. 

궁지에 몰린 '아수라'들은 스승인 금성에게 도움을 청하자 금성은 죽은 자를 살려내는 주문(만트라)를 통해서 전쟁에서 희생당한 '아수라'들을 모두 다시 살려낸다. 

금성의 이러한 술수에 분노한 ‘쉬바’는 금성을 잡아다 삼켜버린다. 

그러나 금성도 브라만의 직계 손자이기에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는 ‘쉬바’의 성기를 통해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지만 위대한 ‘쉬바’에 경의를 표하고 ‘쉬바’는 자기의 성기를 통해서 나온 금성을 아들로 인정하여 ‘하얀 정액’이라는 뜻의 ‘쉬크라’라는 이름의 행성 지위를 부여한다.

‘쉬바’가 분노했던 금성의 죽은 자를 살리는 주문(만트라) 능력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금성의 수많은 환생 중에서 수행 성자의 시절에 그 수행에 감복한 ‘쉬바’는 그에게 ‘산지바니 비드야’라는 죽은 자를 살리는 주문(만트라)를 전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얻은 주문 능력을 사용하여 ‘데바’들과의 전쟁에서 죽은 아수라들을 살려내곤 했다. 

이러한 금성에 능력 때문에 항상 어려움에 몰렸던 ‘데바’들은 자신들의 스승인 목성에게 그 주문 능력을 터득해서 ‘데바’들도 전쟁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목성의 계략은 자기의 아들인 ‘카챠’를 금성에게 시중들게 보낸 후에 금성의 딸과 정을 통하게 하여 충분히 친밀감을 쌓아 몰래 주문을 배워오게 하는 것이었다. 

목성의 이 같은 계획은 인도의 계급적 관습과 관련이 있다. 

브라민 계층의 관습에 의하면 아이들이 배움의 시기가 되면 다른 브라민 스승 집에 기거하면서 배움을 얻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학습법은 상당히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방법이다. 과거 유교적 관습의 우리 선조들도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었다. 

내 자식을 내가 가르치기 힘들다는 단순한 원리를 관습적으로 극복한 지혜로운 방법인 것이다. 

목성은 이러한 이유로 금성이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금성의 제자인 아수라들은 빤한 술책을 두고만 볼 수가 없어서 ‘카챠’를 살해하지만, 그때마다 금성은 주문을 외워서 다시 살려내기를 반복한다. 

그러자 아수라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카챠’를 죽여 화장한 후에 그의 재를 포도주에 섞어서 금성이 마시도록 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남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금성의 딸 ‘데바야니’는 아버지를 재촉하여 남편을 찾아 줄 것을 간청하고, 금성은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자신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알고서 경악한다. 

금성은 이제 어쩔 수 없이 딸에게 죽은 자를 살리는 주문을 가르쳐 줄 수밖에 없었고 그 가르침을 금성의 뱃속에서 자연스럽게 ‘카챠’도 습득할 수가 있었다. 

주문을 습득한 금성의 딸은 주문을 외워서 금성의 뱃속의 죽은 남편을 불러내자 금성은 배가 터져서 죽게 되지만 다시 주문을 외워서 죽은 금성도 살려내게 된다. 

이렇게 주문을 습득한 '카챠'는 ‘데바야니’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아버지인 목성이 있는 곳으로 떠나 버린다. 

이 모습에 분노를 느낀 ‘데바야니’는 ‘카챠’가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 ‘브라민’이 아니라 한 등급 아래 계급인 ‘크샤트리아’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저주의 주문을 건다.

 결국 ‘카챠’는 저주대로 ‘야야티’라는 왕족과 결혼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금성이라는 행성이 가진 속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금성의 이름인 ‘수크라’가 ‘하얗고 밝다’는 표면적 의미 이외에도 또 다른 함축된 의미는 ‘하얀 정액’이라는 인간의 ‘욕망’이다. 

그래서 금성의 다른 이름은 욕망이라는 뜻의 ‘카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점성학에서는 ‘카마’와 ‘아르타’는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 충족이 인생의 중요한 목표에 해당하며, 하우스도 2번, 7번, 10번, 11번이라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들 하우스만 잘 분석해도 점성학 차트에서 한 사람의 세속적 삶의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하면서 살아갈지를 알 수가 있다. 

인도 점성학은 ‘다르마’라는 인간 본연의 가치와 삶의 마지막 목표인 ‘목샤’의 깨달음도 결국, 인간의 생물적 욕구 충족과 세속적 욕망이 함께 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베딕 철학은 이렇게 삶을 형이상학적인 공허한 관점이 아니라, 질곡의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올바른 방향을 진솔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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