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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박사 마이오스 Sep 29. 2024

행성의 신화 8편

라후/케투

‘라후’와 ‘케투’는 인도 점성학에만 있는 행성이며, 실제 태양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만 부여된 행성이다. 

이들은 태양과 달의 천구상의 궤도가 접하는 곳으로, 서로 마주 보면서 일치하는 수학적인 두 좌표에 불과하다. 

이 지점을 우리는 춘분점과 추분점이라고 부르며, ‘라후’는 일식이 일어나는 지점을 말하고 ‘케투’는 월식이 일어나는 지점을 말한다. 

그래서 점성학의 차트상에서는 항상 이 두 지점은 180도 간격으로 마주 보면서 쌍으로 움직이며, 한 하우스에 머무는 기간은 대략 1년 반 정도다. 

참고로 일식은 태양과 달이 지구 뒤로 일직선으로 정렬된 상태에서 달이 태양을 가려서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월식은 지구를 가운데 두고 일직선으로 정렬된 상태에서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들은 태양계에서 존재감 자체가 없지만 고대 인도인들은 태양계의 어떤 행성보다도 이 좌표들이 인간의 삶에 드러나지 않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행성을 전생의 업이 현생의 반대급부로 작용하면서 삶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의식이 드러내는 행동과 실천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의 신화도 우주 창조 영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데바’ 중 하나인 ‘인드라’에게 분노한 성자(리쉬) ‘드바사’가 모든 ‘데바’에게 저주를 내리면서 ‘데바’들의 힘이 약해져 버렸다. 

그러자 ‘데바’들이 가진 은혜와 아름다운 광채, 빛나는 영광 그리고 부의 풍요로움 등이 꺼져가는 불빛처럼 희미해져 갔다. 

그러자 ‘데바’들은 창조주 브라마를 통해 ‘비쉬누’를 찾아 부탁을 하게 된다. 

‘비쉬누’는 그 해결책으로 ‘암리타’라고 하는 영생불노의 생명수를 마셔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수라’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암리타’를 구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 일은 먼저 우주의 광활한 대양을 휘 젓이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다라(북극성)’라는 거대한 산을 로프로 묶어서 양쪽에서 잡고 위 젓어 야 하는데, 그 로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뱀들의 왕인 ‘바수키’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수라’들과 타협을 통해 ‘바수키’를 설득하여 그곳에서 나온 보물들의 우선순위를 ‘아수라’가 가질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바수키’의 몸으로 '만다라'를 감아서 양쪽에서 잡았는데, ‘아수라’들이 뱀의 머리를 잡겠다고 우겨서 그렇게 하기로 했지만 산이 너무 거대하고 무거워서 휘젓는 과정에서 뱀이 너무 힘들어 입에서 독을 뿜어내는 바람에 많은 ‘아수라’들이 죽었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보물들이 드러나면서 ‘아수라’들은 좋은 보물들만 챙겨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암리타’를 담은 단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아수라’들이 재빨리 챙겨서 달아나 버렸다. 

이때 ‘비쉬누’가 ‘모히니’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아수라'들 앞에 나타나자, 그들은 그녀에게 넋을 잃고 말았다. 

‘모히니’는 아수라들을 유혹해서 그녀가 ‘암리타’를 ‘아수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해 주겠노라고 하자, 그녀에게 넋이 나간 ‘아수라’들은 무조건 동의했다. 

‘모히니’는 모든 행성과 ‘데바’, 그리고 ‘아수라’를 한자리에 두고 ‘아수라’들이 그녀에게 넋이 나가 있는 동안 몰래 ‘데바’들에게 ‘암리타’를 돌려 마시게 했다. 

그런데 ‘스바바누’라는 ‘아수라’만은 속지 않고 태양과 달 사이에 몰래 앉아 ‘암리타’를 얻어 마셨다. 

‘스바바누’가 이렇게 속지 않았던 이유는 그도 언제인가 창조주 '브라만'에게 영생의 은총을 약속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과 달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자리에서 소란을 일으키자 분노한 ‘비쉬누’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차크라(회전 톱날과 같은 날아다니는 형태)’라는 무기로 ‘스바바누’의 몸을 두 동강 냈다. 

하지만 그도 이미 ‘암리타’를 마셨기 때문에 영생을 얻고, ‘브라만’의 은총대로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따로 잘려 나간 머리 부분은 ‘라후’라는 행성이 되었고, 꼬리 부분은 ‘케투’라는 행성이 되었다. 

자기의 몸이 두 개로 나뉜 이유가 태양과 달의 고자질 때문이라고 생각한 ‘스바바누’는, 그래서 태양과 달을 주기적으로 삼키는 복수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발생한 현상이 일식과 월식 현상이다.


‘라후’라는 이름의 의미는 ‘붙잡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가림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태양과 달을 붙잡고 있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라후’가 ‘케투’에 비해 더 많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유는 태양의 가림 현상이 달의 가림 현상에 비해 심하게 어려움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라후’는 개인의 출생 차트에서 본성의 무지한 영역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서, 그 위치에 따라서 인생의 어려움과 장애의 성격이 하우스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기 때문에, 그 사람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할 수가 있다. 

그래서 점성학 차트에서 ‘라후’가 ‘두스타나(6번, 8번, 12번)’라는 흉한 하우스에 자리 잡고 있다면, 삶의 극단적인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케투’는 ‘깃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라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과거의 생에서 안락하게 점유했던 자신의 영역을 의미한다. 

그래서 180도 정면의 반대편 하우스에 위치한 ‘라후’가 현생에서 ‘케투’의 잠재된 의식에 유도되어 반대 성향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면서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라후’와 ‘케투’는 ‘스바바누’라는 '아수라'의 머리와 몸통이지만, ‘라후’의 실제적인 의미는, 통제되지 못하고 화를 분출하는 뱀의 독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뱀의 머리’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고, ‘케투’는 나머지 부분인 ‘뱀의 꼬리’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 점성학에서 이 ‘케투’의 영향을 받게 되면 해당 행성이나 하우스의 성격을 차갑게 얼려버리고, 고립감을 안겨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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