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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박사 마이오스 Sep 29. 2024

행성의 신화 7편

토성/샤니

인도 점성학에서 토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이다. 

토성이 주는 이미지는 어둡고 침침하며 두렵다. 

그리고 불행과 고통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동반하여 무거움이 엄습하는 행성이다. 

토성의 이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신화가 지닌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 해석하는 면에서는 훨씬 도움이 된다. 

토성의 슬프고 불행한 신화 뒤에 숨긴 진정한 뜻은,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토성의 은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은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그래서 토성은 수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행성이기도 하면서 전생과 현생의 연결고리이기도 하기에 토성은 전생의 업과 관련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토성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어떠한 형태로 극복해 가야만 하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에 개인 차트에서 토성을 잘 분석해 보면, 한 개인이 어떤 식으로 삶의 굴곡을 지닌 채 살아가는지도 알 수가 있다. 

인간의 삶에서 행복하고 좋은 일보다 단 한 번이라도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할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열 번의 행운보다는 ‘한 방에 훅 간다’처럼 한 번의 불행을 잘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토성은 ‘태양 편’에서 잠깐 등장했던, 태양의 그림자 부인인 ‘차야’가 낳은 둘째 아들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다른 형제들에게서 따돌림과 학대를 받으며 자랐으며 성장 과정에서 다른 형제들이 토성의 발을 도끼로 내리쳐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절름발이가 되었기 때문에, 실제 태양계에서 가장 느린 주기를 가진 것처럼, 걸음걸이와 행동이 늦다.

토성의 시야는 항상 사물이나 대상을 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발을 질질 끌며 다닌다. 

이렇게 된 이야기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토성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인 태양과 눈을 마주치자, 태양의 눈에 백반증이 생겼다. 원래 태양을 정면으로 오랫동안 노출될 때 걸리는 병인 백반증이라는 눈병인데, 이 경우는 반대로 토성으로부터 태양이 눈병을 얻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태양의 마부도 토성과 눈길을 마주치자, 마차에서 떨어져 허벅다리가 부서졌다. 

참고로 고대 인도에서는 허벅다리가 부서지는 것은, 목숨을 잃은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목적의, 고대 인도에서 곤봉처럼 독특하게 생긴 커다란 무기가 있다. 한편 태양의 마부뿐만 아니라 토성의 눈길을 받은 태양의 마차를 모는 일곱 마리 말들도 순간적으로 동시에 눈이 먼 적이 있다. 

그러나 토성은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오랫동안 고행을 통해 ‘쉬바’의 은총으로 행성의 지위를 획득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쉬바’조차도 토성으로부터 봉변을 피할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닌 ‘쉬바’의 아들이 탄생할 때였다.

‘쉬바’의 ‘가네샤’라는 둘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의 아내인 ‘파바티’는 그들의 멋진 아들을 자랑하고 싶어서 세상의 모든 신들과 성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축복을 받고자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쉬바'로부터 은총은 받아 행성이 된 토성도 당연히 초대를 받았다. 

참석한 모든 이들이 '가네샤'를 바라보며 축복을 기원했지만 유독 토성만은 눈을 내리깔고 마주 보기를 거부했다. 

'파바티'는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며 바라봐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토성은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파바티’의 계속되는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쪽 눈으로만 얼핏 쳐다보았다. 

그 순간 ‘가네샤’의 머리가 재가 되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를 지켜본 ‘쉬바’는 ‘파바티’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의 파괴적 분노가 가져올 우주 파멸을 막기 위해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쉬바’는 황급히 ‘비쉬누’에게 지금 당장 북쪽으로 가서 처음 마주하는 생명체의 머리를 가지고 올 것을 요청했다. 

‘비쉬누’는 자신의 전용 독수리인 ‘가루다’를 타고 곧바로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얼마쯤 날아가다 마침 잠들어 있던 어미 코끼리 옆의 아기 코끼리를 발견하고 그 아기 코끼리의 머리를 잘라 ‘쉬바’에게 가져갔다. 

쉬바는 가져온 아기 코끼리 머리를 몸통만 남은 자신의 아들 몸에 붙이자 아들은 다시 살아날 수가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아들이 현재까지도 힌두교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코끼리 머리를 한 ‘가네샤’다.

토성의 ‘샤니’라는 이름이 가진 뜻은 ‘느리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림자 아이’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는데, 이유는 태양의 밝은 이면에 나타나는 그림자라는 어두움의 상징을 말하는 것이다. 

토성의 태생 자체가 ‘차야’라는 그림자 부인이 낳은 자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양과 토성은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성을 통해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복잡한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태양이 인간 존재의 대 영혼을 상징한다면 토성은 인간의 잠재된 숨은 의식의 어두운 부분인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취약한 숨기고 싶은 주관적 내면세계를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점성학 차트에서 태양과 토성의 관계되는 대립성 때문에 어느 한쪽이 차트상에서 약하게 작용할 때는 상대적인 취약성이 배가 되어서 어려움이 가중된다. 그러나 토성의 또 다른 이름인 ‘성취함’이라는 의미는 어떠한 고난이나 역경도 충분히 잘 참고 이겨내 결국에는 모든 것을 이루고야 만다는 것을 뜻한다. 

점성학에서 토성은 흉성 중의 흉성에 속한지만, 인내와 끊기 그리고 인고의 시간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인도 점성학에서는 토성이라는 행성이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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