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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Feb 14. 2024

피자의 세계에 입문하다

미국에 살게 된 후 가장 많이 먹게 된 음식은 의외로 피자였다. 의외라고 생각한 이유는 미국에서는 햄버거나 고기를 많이 먹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보다 자주 다양한 피자를 접하게 되었고 나는 점점 피자에 빠져들었다.


일단 동네에 피자 가게가 많았다. 예전부터 이탈리아 이민자들도 많았던 동네였기에 피자 가게가 많은 거라고 했다. 얇고 바삭한 도우에 큼직한 크기, 단순하면서도 신선한 재료가 토핑으로 올라간 피자들이 너무 맛있었다. 화덕에 직접 굽는 얇고 바삭한 도우가 이태리 피자 스타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 맛본 미국 피자

생각해 보면 미국에서 살던 동네에 이사 간 첫날 메뉴도 피자였다. 엄마는 처음으로 미국 여행도 해보고 내 이삿짐 정리도 도와주실 겸 1주일 정도 함께 머물다 가셨다.


낯선 길을 찾아다니면서 지쳤던 이른 저녁, 집 근처에 있던 피자 가게에 들어갔다. 어딘가 힙한 동네 펍 느낌의 피자 가게였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먼저 와 있던 옆 테이블 남자들이 1인 당 피자 한 판을 먹고 있었다. 크기도 큰 피자였기에 엄마와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미국 백인 남성의 체격이 큰 편이라고는 하지만 큰걸 한 판씩 먹는구나.


메뉴판을 보니 토핑도 재료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이라서 한국의 콤비네이션 피자와는 달랐다. 내가 추가하는 재료만큼만 올라가는 것이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피자가 기본이 아니라는 것도 신기했다. 내가 알던 한국 피자처럼 만들려면 치즈, 고기, 버섯, 양파 등등 토핑 추가금액이 꽤 나올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고민 끝에 기본 토마토 피자에 브로콜리 토핑을 올린 피자 한 판으로 나눠 먹었다. 버섯이라도 같이 올렸어야 하나 했지만 토마토소스와 바삭하고 얇은 도우만으로도 너무 맛있었다. 독특한 이름의 수제 맥주도 곁들였다. 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중 하나는 ‘멍키(monkey)'가 들어가는 긴 이름이었다. 피로가 풀리는 맛이었다. 처음 먹어본 미국 피자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피자 가게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달랐다. 그걸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미국 친구들과 어울릴 때나 대학원 행사 때도 피자가 자주 등장했다.


피자를 먹어보다 보니 도우의 얇기나 바삭한 정도, 소스의 맛, 소스 양, 치즈의 양, 토핑 올리는 방식과 재료 등이 다 달랐다. 그리고 소스나 치즈가 짭짤한 정도도 다르다!

나도 모르게 피자 맛 감별사가 되어 갔다.

사진은 어느 교수님 댁에서 열린 학과 행사에서 볼 수 있었던 피자 한 상차림(?)이다. 동네에서 유명한 피자가게에서 케이터링을 했다고 들었다. 덕분에 처음으로 다양한 종류의 토핑을 골고루 맛볼 수 있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다 모인 학과 행사에서 피자를 메뉴로 선택한 것도 사실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피자가 그만큼 친숙한 음식인가 보다 생각했다.


단골 피자 가게도 몇 군데 생겼다.

우선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동네를 산책하다가 알아낸 맛집이다. 이탈리아 아저씨가 하시는 가게였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도 꽤 많아서 식당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여기도 바삭한 도우를 자랑했지만 메뉴마다 기본으로 올라가는 토핑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다.

또 다른 곳은 조금 더 작은 가게인데 사람들이 테이크아웃을 주로 많이 해가는 가게였다. 여기는 조금 더 미국식 피자라고 해야 할까. 별로 얇지는 않은 도우에 한국에서도 본 것 같은 치즈가 듬뿍 들어간 피자를 팔았다. 한 판의 크기는 컸지만 이 가게는 한 조각씩도 팔았다. 한 조각짜리도 정말 큼지막했기에 포장해 가서 저녁 한 끼로 먹고는 했다.


그 외에도 동네 슈퍼나 마트에서 파는 냉동 피자도 있었다. 이런 피자는 빵이 상당히 두툼하고 치즈도 많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래도 집 근처에서 사 오는 한 조각짜리 슬라이스 피자를 조금 더 선호해서 마트 피자는 몇 번 안 먹어봤다.


조금씩 피자의 세계에 스며들어 버렸다.


돌이켜보니 다양한 피자를 맛보았다. 원래 미국 가기 전에는 피자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음식 3위 안에는 든다. 가족들도 신기해했다. 입맛이라는 게 변하는 거라는 걸 느낀다.


지금 생각해도 피자는 미국의 일상을 함께 한 음식 느낌이다. 피곤한 날 간단하게 끼니를 챙길 수 있게 해 주었고, 행사나 친구들과 모임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 음식이었다. 한국에서 먹던 떡볶이나 김치볶음밥처럼 편안한 메뉴랄까.


요즘 한국에서도 다양한 피자 맛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서 행복하다. 지금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서 자제하고는 있지만 가끔 새로운 맛의 피자에 도전하는 소소한 재미를 찾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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