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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Mar 06. 2024

핼러윈에 진심인 미국의 펌킨 스파이스 라테

가을은 원래 쓸쓸한 계절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미국에서 맞는 가을은 꽤 밝고 재밌는 느낌이었다. 바로 핼러윈 시즌 때문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그렇게나 핼러윈에 진심인 사람들인 줄 몰랐다. 집집마다 마당에 핼러윈 장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의 경쟁적이었다. 어떤 날은 주택가를 걷다가 꽤나 리얼한 사람 크기의 미국 귀신 장식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사람들이 은근 핼러윈을 기대하는 모습도 왠지 같이 기분 좋게 만드는 들뜸이 느껴졌다. 핼러윈이 다가올수록 동네 마트를 가도 호박과 핼러윈 느낌의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핼러윈 장식의 대표는 뭐니 뭐니 해도 호박인 모양이다. 얼굴이 조각된 호박 장식들은 무서운 표정을 표현한 걸 텐데도 자꾸 보니 귀여웠다.


동네에서 제일 멋있었던 가을 포토 스팟

내가 지냈던 지역은 4계절이 뚜렷한 동부에 위치해 있어 한국에서처럼 노랗게 빨갛게 물드는 나무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것은 핼러윈 장식과 낙엽만이 아니었다.


날이 서늘해지면서 여러 카페에서 펌킨 스파이스 라테 (Pumpkin Spice Latte)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출처: pixabay

나는 미국에 와서 처음 본 라테 종류였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메뉴라고 했다. 실제로 스타벅스를 비롯해 많은 브랜드뿐 아니라 동네 카페에서도 펌킨 스파이스 라테를 적극 홍보하며 팔았다.


호박이라니 맛있을지 예상이 안 되었다. 설마 호박죽 맛일까? 스파이스라는 말이 붙어서 매운 호박죽?!

더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름 뒤에 라테가 붙어 있으니 그래도 라테는 라테 아닐까 싶었다. 원래 라테도 좋아하고 차이라테도 좋아했기에 어느 정도는 맛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가을 어느 날, 동네 카페에서 용기를 내어 펌킨 스파이스 라테에 도전했다.


동네 마트에서 귀여워서 사온 작은 호박


오. 새로운 맛인데 나쁘지 않았다. 한 입, 두 입 머금을수록 매력이 있는 맛이었다. 따끈하면서 약간 알싸한 듯한 맛이 나서 달지만은 않았다. 고구마라테처럼 단 맛만 난다면 별로이지 않을까 했는데 조화가 잘 된 맛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레시피에서 호박시럽과 라테 우유의 비율이 중요할 것 같은 맛이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다가 집에서 만드는 펌킨 스파이스라테 레시피를 소개한 글을 찾았다. 스타벅스가 펌킨스파이스 라테의 원조라고 한다. 대인기를 얻은 후 다른 카페 브랜드에서도 가을 대표 메뉴로 만든 거라고 한다. 라테에 들어갈 펌킨스파이스 시럽이 제일 중요할 텐데 이 시럽은 설탕, 시나몬, 생강, 향신료인 육두구 (nutmeg), 정향 (clove), 펌킨 퓌레 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생소한 재료도 보이지만 왜 알싸한 향이 났는지 알겠다.


어느 가을날 마트 앞에서


조용한 동네 카페에서 몇 번 맛보다 보니 가을에 마시는 펌킨스파이스 라테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는 한 번도 어디서 파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호박 요리는 한식에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호박죽과 호박부침개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그래도 가을이 다가오는 선선한 바람이 느껴질 때 즈음이면 문득 호박 장식과 펌킨스파이스 라테가 생각난다. 나에게 가을에 대해 뭔가 쓸쓸한 이미지에서 신선하고 아늑하기도 한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혀 준 라테이기도 하다. 가을이 오면 언젠가 한 번 집에서 만들어봐야겠다.



참고사이트

스타벅스 Coffee at home 사이트. Recipe. Pumpkin spice la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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