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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Feb 28. 2024

미드에서 보던 아이스크림 퍼먹기는 어떨까

어릴 때부터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여자 주인공이 혼자 혹은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스트레스 푸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이유는 몰라도 여기서 아이스크림은 하드바 스타일의 아이스크림은 안 된다. 큰 통에 담긴 아이스크림 하나를 통째로 큰 스푼으로 퍼 먹는 것이다.


아래 사진과 좀 비슷하려나. 그릇에 덜어 먹는 경우도 아이스크림을 조금이 아니라 듬뿍듬뿍 담아놓고 수다 떨며 계속 퍼먹는 모습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게다가 대개는 덜어 먹지도 않고 아이스크림 통째로 먹는 주인공이 더 많다. 그런 터프한(?) 모습이 처음엔 신기하기도 했고 왠지 멋있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렇게 아이스크림을 퍼 먹으면 정말 스트레스가 풀릴까 궁금했다.


출처: pixabay

미국에 가 보니 동네에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몇 개 있었다. 학교에서 다들 이야기하는 맛집 하나를 이사 온 초반에 가보았다가 단골이 되었다. 여러 맛이 있지만 우유맛이 찐한 기본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었다. 아주 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양도 꽤나 많아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기본 콘으로 시켜도 정말 크게 한 움큼씩 퍼 주었다.


살이 찔 것 같아 자주는 못 가고 스트레스받거나 왠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날 찾아갔었다. 그래서 더 별미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이 가게에서는 밀크셰이크도 팔았는데 그 아이스크림 맛 그대로 좀 더 액체화되었달까. 꾸덕꾸덕하면서 우유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달달 시원함에 반했다. 밀크셰이크는 어릴 때 먹어 본 후로 몇 번 안 먹어봤는데 차가운 부드러움과 씹히는 얼음이 맛있었다.


찐한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밀크셰이크를 사 먹는 날에는 그 차가움에 답답한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혼자 먹기 조금 부끄러운 감도 있었지만 들고 다니며 동네 산책을 하면서 먹기도 했다.


출처: pixabay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아이스크림 퍼먹기’도 진짜 해볼 수 있었다. 일단 마트에 가면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복도 하나를 꽉 채우도록 다양했다. 통으로 된 아이스크림과 바 아이스크림, 모찌 스타일 아이스크림 등 종류도 많았다.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바 아이스크림들도 맛있어 보여 몇 개 같이 사다 놓고는 했다.

출처: pixabay


그래도 ‘퍼먹기’가 가능한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뽑자면 동네에서는 Ben & Jerry's 아이스크림 가게가 유명한 편이었다. 한국에도 2000년대 초반부터 매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미국 내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인 것을 처음 알았다. 그냥 작은 슈퍼에서도 Ben & Jerry's 브랜드 아이스크림은 많이 팔았다.


처음 먹어본 맛은 미국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받아 먹어본 맛인데, 호두가 들어간 바나나 맛의 청키 몽키 (chunkey monkey) 맛이었다. 그 이후로 다양한 맛을 접해보았다. 원래 한국에서는 바닐라 맛을 주로 먹고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초콜릿 맛도 진하고 견과류 맛도 진해서 맛있었다.


출처: Ben & Jerry's 홈페이지


미국에서 처음 해본 아이스크림 퍼먹기는 과연 어땠을까! 조금 싱겁게도 혼자 시도해 봤을 때는 미드에 나오는 것만큼의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다만 멍 때리며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면서 영화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 느낌은 이해하게 되었다.


맛도 상당히 다양하고 미국 특유의 찐한 맛이 참 맛있었다. 사실 미국 아이스크림은 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맛을 선택하든 단짠이라는 말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맛이라 달달하면서도 어딘가 짭짤한 맛이 났다. 그래서 먹다 보면 다른 생각이 안 나는 것 같다. 그래도 드라마처럼 한 통 다 먹지는 못하겠다 싶었다.


출처: pixabay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미국 아이스크림은 마트에서 파는 모찌 아이스크림이다. 작은 찰떡 아이스 느낌의 모찌 아이스크림이 미국에서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일본어가 적혀 있는 경우도 꽤 있어서 일본 브랜드에서 만들거나 수입해 오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작은 크기에 딸기맛이나 단순한 맛이 많았는데 어느 정도 익숙한 찹쌀떡 아이스크림 맛이었다. 이건 동네 마트에 갔다가 눈에 보이면 종종 사 와서 혼자 있을 때 간식으로 먹었다.


아. 물론 친구와 먹는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는 건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에서 친해진 친구를 번갈아가며 서로의 집에 초대해서 같이 밥을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퍼먹곤 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그릇에 덜어먹는 아이스크림은 양을 많이 퍼 먹지 않아도 정말 달콤하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결론은 아이스크림 맛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면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도 어디서든 친구는 필요하다. 미국 아이스크림은 종류도 많고 그 매력은 글 하나에 담지 못하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낯선 곳에 정착하던 시기 지치는 날들을 함께 해주던 친구들과 함께 하던 별미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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