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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Mar 13. 2024

텍사스에서 맛본 인생 첫 반미 (Bánh mì)

미국에 있는 동안 미국 내 다른 지역 여행을 다녀 보는 것이 목표였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는 기회가 될 때마다 나름대로 많이 다녔다. 작은 캐리어에 짐을 싸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주말이나 봄 방학 같은 때에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는 그 느낌이 좋았다. 한국에서는 집순이에 가까웠는데 떠날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나조차도 신기했다. 어쩌면 어차피 혼자 사는 집이라 적막함을 견디기가 힘들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여행을 자주 가기에는 금전적으로 힘들었다. 대학원생이었기에 학회나 세미나를 가면 그 김에 동네를 둘러보는 식으로 다른 지역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학회를 갈 때는 학과에서 신청비나 교통비 등의 지원금이 나올 때도 있어서 여행을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이러다 보면 학회나 세미나 참여를 하고 앞 뒤로 하루, 이틀 정도 그 동네를 돌아보는 짧은 여행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일상에 환기가 되기도 했다.


한 번은 텍사스에서 내 분야의 학술대회가 열렸는데 꼭 직접 가보고 싶던 학회였다. 동부에서 가기에는 비행기로 4시간은 걸려 조금 멀었지만 고민 끝에 신청했다. 학술대회에서는 한국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들도 배울 수 있었다. 역시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회가 끝나고서는 당시 텍사스 오스틴에서 공부하고 있던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함께 시내 구경을 했다. 텍사스 오스틴은 텍사스의 주도인 도시라 높은 빌딩이 많은 큰 도시였다. 미국은 각 주(state)가 크고 많다 보니 한 나라의 수도처럼 그 주의 중심 역할을 하는 도시가 있다. 오스틴은 도시 특유의 스카이라인을 가졌지만 거리나 가게에 가면 텍사스 특유의 남부 도시 느낌도 났다. 동부에서 지냈던 나에게는 따뜻한 날씨도 참 반가웠다.


오스틴의 야경

해가 지기 전에는 오스틴의 명소 콜로라도 강에도 다녀왔다. 텍사스에서 가장 긴 강이면서 미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게 큰 강이다. 강에 박쥐들이 살고 있는데 일몰 즈음에 한 번에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늘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복불복이라고 들었다. 이 날은 운이 좋게도 기다리다 보니 수많은 박쥐들이 아래쪽에서 날아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러 베트남 아주머니가 직접 운영하는 베트남 음식점에 갔다. 이 때는 한국에 베트남 음식 전문점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쌀국수만 먹어보았고 다른 메뉴는 잘 몰랐다. 친구의 추천으로 반미와 분짜를 시켰다. 반미는 나에게 난생 처음 보는 메뉴였다.


처음에는 빵과 베트남식 고기라니 어울릴까 싶었다. 고기가 분짜나 다른 베트남 요리에 들어가는 고기와 똑같은 고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삭한 바게트 빵이 생각보다 부드러우면서 고기와 오이, 야채가 잘 어우러졌다. 일반 샌드위치에 비해 포만감도 꽤나 컸다. 고수는 선택사항이지만 나는 고수에도 거부감은 없기에 고수향도 좋았다.


처음 가본 텍사스에서 인생 첫 반미를 맛보았다. 텍사스 전통음식은 아니지만 텍사스에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눈이 반짝 떠지는 맛이었다. 반미는 베트남이 역사적으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겪으며 만들어진 메뉴라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바게트에 베트남 전통요리 식으로 고기와 채소를 얹어 만든 것이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은 늘 즐겁다. 그 음식에 얽힌 문화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식사 시간이 즐거웠다. 그동안 놓친 서로의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바쁠 텐데 내가 가는 일정에 맞추어 이틀이나 시간을 내어준 친구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오스틴 시내 구경을 하는 동선과 반미를 파는 음식점도 다 미리 알아봐 주었을 생각을 하니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다.


요즘 우리 동네 빵집에서 반미를 맛있게 하는 집을 찾아내서 주말 아침마다 자주 사 먹고 있다. 샌드위치를 주로 파는데 반미 메뉴를 함께 판다. 반미를 먹다 보면 오스틴 여행을 했던 추억과 친구와 처음 맛본 반미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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