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학기를 마치다

by Adela

민아는 달력을 보면 새삼 놀랐다. 여름방학부터 시작한 늘솔학교의 한 학기가 바쁘게 지나갔다. 민아는 대학 수업과 늘솔학교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지만 스스로 놀랄 정도로 재밌게 잘해 왔다. 민아도 모르는 사이 생활도 변했다. 우선 평일 저녁때와 주말 틈틈이 시간을 내며 늘솔학교 수업 준비를 했다. 주말에 예전처럼 늦잠만 자기보다 일찍 일어나 늘솔학교 수업 준비를 하기도 했고 때로는 평일 늦은 밤까지 노트북을 두드리며 준비를 했다.


민아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시듯 학생들도 매번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셨다. 사실은 매번 초심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민아도 대학생이다 보니 평일 저녁에 한국대로 수업을 하러 가기 피곤한 날도 있었다. 민아가 다니는 대학에서 지하철로 1시간은 가야 했고 지하철역에서도 더 걸어가야 하는 거리였다. 늘솔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나 수업 준비가 덜 끝난 때는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도 힘든 적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활동을 계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은 확실했다. 수업 시간 학생들의 집중하는 표정과 빛나는 눈빛을 볼 때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는 학생들.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서 한글을 배우고,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꼭 받고 싶다는 학생들. 그 열정은 전염성이 있는 듯했다.


요즘 민아는 다른 선생님들과 12월에 나올 소식지 준비도 계속하고 있다. 두 분의 학생들에게 초안을 써오도록 한 후에 같이 계속 다듬었다. 영하 할아버지와 장미 할머니의 사연이 담긴 글은 솔직 담백하면서도 감동이 있었다. 민아의 제안에 따라 글의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고 길이를 조금 줄이기도 했다.


늘솔학교 선생님들은 6개월 단위로 활동을 계속할지 의사를 밝혔다. 한 학기하고 조금 더 되는 기간에 해당한다. 학기가 벌써 마무리되어 가면서 선생님들 간에도 이야기가 오갔다.


“민아 선생님, 다음 학기에도 계속 활동하실 거예요?”


사실 한 학기 내내 민아의 마음을 가득 채운 질문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고민이 되기도 했다. 다음 학기에는 대학에서 듣는 전공과목이 늘어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며 민아는 달라졌다. 민아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이제 망설임 없이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네! 저는 다음 학기도 활동하려고요. 아직 대학 졸업 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함께 하실 거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