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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Aug 15. 2024

처음 써보는 나만의 글

민아는 수업을 하는 틈틈이 소식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써 내려가는 글을 함께 읽어보고 고쳐보며 시간을 보냈다. 수업 때 보는 숙제나 시험 외에도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다 보니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느낌이었다.


영하 할아버지는 초반부터 글을 스스로 써와서 질문도 많이 하셨다. 그래서 꼭 소식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어르신의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보여서 여러 편을 같이 써 보았다. 몇 주 하다 보니 소식지에 쓸 내용도 어느 정도 정해져 갔다.


“아 사실 숙제를 제대로 못했어요. 제가 처음이라..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저랑 이제부터 연습해 보시면 되죠.”


반면, 장미 할머니는 처음에 아예 글을 시작하기를 어려워했다. 처음 해 보는 글쓰기가 부담이 되시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민아와 이야기를 하고 연습을 하면서 점점 감을 잡아가시는 듯했다.


어떤 연습이냐고 하면, 사실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대신 꾸준함이 필요했다. 민아는 장미 할머니가 매일까지는 아니어도 일주일에 여러 번, 하루 일과나 떠오르는 생각을 일기장에 써오시도록 특별 숙제를 내드렸다. 분량은 짧아도 되고 원하는 만큼 길게 써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딸의 집에 방문해서 손주들을 만난 이야기, 늘솔학교 시험 준비를 한 이야기,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생선을 사 온 이야기. 장미 할머니의 일기장은 점점 다채로운 일상으로 채워졌다. 민아는 일상 이야기 끝에 짧게라도 그 일에 대해, 혹은 그날 하루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써보시도록 격려했다.


처음에 장미 할머니는 ‘오늘은 참 즐거웠다.’라는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교 일기장에 써보았을 짧은 감상을 쓰셨다. 그러다가 점점 느낀 점을 길게 담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늘어나는 일기 내용이었지만 민아는 그 변화가 눈에 보여 내심 뿌듯했다.


늘솔학교를 모르는 사람들은 소식지에 실리는 길지 않은 글을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렇게 많은 노력을 한 줄은 모를 것이다. 민아에게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학생들의 실력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소식지에 들어갈 글이 완성되어 갔다.


소식지를 위해 학생들이 쓴 글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르신들의 인생사가 담긴 담백한 글이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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