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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Aug 18. 2024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늘솔학교에는 몇 가지 할 일이 있었다. 우선 검정고시 수험생을 정하는 것이다. 2월에는 검정고시 접수 기간이라 시험을 볼 사람들은 그전에 미리 마음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수업을 하며 계속 시험 준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실제 시험을 신청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대비가 필요한 일이라 느낌이 달랐다. 여기서 1년 더 준비하겠다고 하는 학생들과 이번에 시험을 보겠다는 학생들이 갈리게 된다.


민아가 맡은 중등반에서도 몇 명 시험을 보시기로 했다. 민아는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제안을 하나 했다. 1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 외에도 기출문제를 같이 풀어보면서 보충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이 보충 수업도 시간이 가능한 분들만 올 수 있겠지만 한 명만 오더라도 진행을 할 테니 매주 시간을 정해 저녁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민아는 한글 교실에는 아직 시험을 볼 단계인 학생들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글교실에 들어온지 별로 안 된 경옥 할머니가 초등 검정고시 시험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글 읽기는 잘하는 편이었고 수업이나 시험도 잘 따라오시는 분이었다.


“와 이번에 검정고시 시험을 한 번 보시고 싶으시다는 거지요?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초등 검정고시 시험이라, 아시겠지만 국어 말고 다른 과목들도 다 시험을 볼 거라서..”


조금 걱정이 된 민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시험이 꼭 백점 맞으려고 보는 건 아니니까요. 어떤 시험인지 정말 궁금해서.. 저도 직접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보고 싶어요..”


경옥 할머니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민아는 어머님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격려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맞아요. 꼭 백점 맞으려는 것만이 시험의 목적은 아니죠! 이번에 한 번 실제로 가셔서 시험을 보시면 좋은 경험이 되실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일지도 알 수 있고요.”


민아는 학생들이 한 번씩 열정과 용기로 민아를 놀라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놀라움이라면 환영이었다. 민아는 경옥 할머니와도 검정고시 기출문제를 조금씩 풀어보기로 했다. 기출문제를 실제 시험지 크기의 종이에 인쇄해서 집에서 풀어오시도록 했다. 풀어오시는 것을 보고 필요하면 다른 과목별 선생님들께도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늘솔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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