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늘솔학교에서는 동문회를 연다. 민아는 한 번씩 행사가 있어 지루할 틈 없는 늘솔학교라고 생각했다. 동문회는 동문의 밤이라고 불렀는데, 예전에 교사를 했던 분들을 초청하는 행사였다. 그래서 동문의 밤 행사를 준비할 때 할 일 중에 중요한 것은 예전에 교사를 했던 분들의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돌리는 것이었다.
연락처를 보니 꽤 예전 기수의 선생님들부터 연락이 닿는 분들의 연락처가 있었다. 늘솔학교 선배님들에게 연락을 하다니. 까마득한 예전 기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막상 연락을 한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떨리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늘솔학교가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선생님들은 연락처 리스트를 나누어서 연락 전하는 역할을 나누었다. 보통은 문자로 안부를 전하며 동문의 밤에 초대를 했다. 그런데 교사 회의를 할 때, 동문 연락처에는 오래된 번호가 많아서 현재도 사용하는 전화번호가 맞는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참여율을 올리려면 전화번호 확인부터 필요했다. 그래서 올해는 교사들이 힘을 보태어 동문 연락처를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다음 기수의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해 줄 수 있는 일 중 하나라는 데에 생각이 모였다.
결국 올해는 전화를 걸어 연락처가 맞는지 확인도 하면서 안내를 드린 후에 문자로 초대장을 보내드리기로 했다. 민아도 몇 분에게 연락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몇 명 되지 않았지만 민아는 이런 전화가 처음이기도 하고 늘솔학교 소식을 잘 전해드리고 싶어서 긴장이 되었다. 어떻게 말을 할지 멘트를 몇 번이고 생각한 후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늘솔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박민아라고 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동문의 밤 행사를 해서 예전에 늘솔학교 활동을 하셨던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강재열 선생님 번호가 맞으실까요?”
민아는 정중하게 첫인사를 하면서 이 번호가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곧 답이 돌아왔다. 나이가 지긋하게 느껴지는 인자한 목소리였다.
“네 맞아요. 지금 늘솔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가 봐요.”
“네 맞습니다! 연락처가 맞는지 확인도 드릴 겸 전화를 드렸어요. 일정은 문자로 안내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요. 전화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벌써 몇 십 년 전에 야학 활동을 했는데 그게 저는 아직까지 좋은 추억이 되거든요. 선생님도 지금 젊을 때 늘솔학교 활동 했던 추억들이 나중에까지 살아가면서 떠올리면 용기를 줄 거예요.”
선배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하고 현재 늘솔학교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시며 격려를 해주셨다. 사실 민아는 행사 안내를 어떻게 잘 드려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전화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옛날 선배님의 격려를 받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늘솔학교에서 활동한 추억이 훗날까지 용기를 줄 거라는 선배님의 이야기도 마음 깊이 남았다. 지금도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늘솔학교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