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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Aug 31. 2024

새로운 학생

보통 늘솔학교 학생들은 학기가 시작할 때 새로 들어온다. 많은 분들이 학생을 모집하는 홍보글을 통해서 학교를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중등반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왔다. 50대도 어린 축에 속하는 늘솔학교에는 정말 드문 10대 학생이었다.


학생의 어머니가 먼저 늘솔학교로 연락을 해 왔다. 학생의 이름은 한솔이었다. 중학교 3학년을 다니던 한솔이는 건강 문제로 병원을 자주 찾게 되면서 수업을 많이 빠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담임 선생님의 조심스러운 권유로 휴학을 했다고 한다. 한솔이는 휴학 기간이 길어지자 고민 끝에 결국 자퇴를 했다. 이후 가족들의 도움으로 건강은 차차 회복을 했지만 자퇴를 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집에서 혼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중등 검정고시를 우선 마치고 고등 검정고시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실 늘솔학교가 어르신들을 위한 학교로 알려져 있지만 나이 제한은 없기는 했다. 늘솔학교 선생님들은 고민 끝에 한솔이를 받기로 했다. 어르신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었지만 본인이 공부할 마음이 있다면 안 될 이유가 없었다.


민아도 중등반 수업시간에 처음 한솔이를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들에게 몇 주 전부터 말로만 먼저 듣다가 직접 보게 되니 반가웠다. 한솔은 처음이라 낯설어서인지, 뒷자리가 좋은 건지 맨 뒤에 조용히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 내내 고개도 잘 들지 않고 책만 쳐다보며 수업을 듣는 모습에 민아는 마음이 쓰였다.


사실 학생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민아는 앞에 서 있으면 학생들의 모습이 다 잘 보였다. 생각해 보면 민아도 중고등학교 때 고개를 숙이고 몸을 기울이면 앞에 있는 선생님에게 잘 안 보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책상을 내려다보며 딴생각을 하거나 낙서를 하고 있던 적도 있었던 생각이 났다. 한솔이도 그런 걸까. 학교를 쉬다가 오랜만에 수업을 듣는 데다가 어르신들이 학생이다 보니 어색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아는 간식 시간에 혼자 있는 한솔이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며 수업은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한솔이는 가까이서 말을 거니 웃으며 잘 이야기를 했다. 쉬는 시간에 다른 학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조금씩 다가가 먹을 것도 챙겨 주시고 공부하러 왔냐며 기특하다고 칭찬을 하시기도 했다.


그래도 민아는 첫 수업 이후 한솔이가 계속 나올지 걱정이 되었다. 다른 선생님도 민아에게 비슷한 우려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솔이는 그다음 날도, 다음날도 계속 늘솔학교에 나왔다. 몇 주가 지나며 한솔이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기도 하고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자리도 조금씩 앞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새로운 학생 한 명이 또 늘솔학교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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