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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며

by Adela

한 해가 벌써 다 가고 있었다. 짧게만 느껴지던 가을이 지나가고 호호 입김을 불게 되던 어느 날, 드디어 늘솔학교 소식지가 나왔다. 선생님 몇 명이 인쇄소에 소식지 컬러 인쇄를 맡겨 출력까지 다 마쳤다. 다 함께 조금씩 준비하던 글들이 어엿한 소식지가 되다니 민아도 신기했다.


처음엔 글쓰기라는 말만으로도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점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민아는 함께 글을 다듬어가며 학생들의 속마음도 알게 되었고 함께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쌓였다. 그렇게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추억이 되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소식지 내부 디자인도 예쁘게 마무리되었다. 글을 배치하고 디자인을 하는 것 모두 선생님들이 직접 만들어 나갔다. 미적 감각이 좋은 선생님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민아는 새삼 놀랐다. 기분 좋은 발견이랄까. 민아는 어릴 때부터 미술과 친하지 않았기에 선생님들의 솜씨가 부럽기도 하고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매년 해오던 소식지이기에 이전 기수 선생님들이 남긴 노하우들도 인계장과 함께 전해져 온다고 했다.


학생분들에게 소식지를 한 권씩 나눠드리고 민아도 한 권을 받게 되었다. 민아는 소중한 마음을 느끼며 표지부터 찬찬히 훑어보았다. 민아와 함께 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동안 자주 뵙지 못한 다른 반 학생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린 시절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부터 학교에 오게 된 여러 사연들, 늘솔학교를 다니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사연은 다양했지만 계속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과 열정은 모두 같았다. 민아에게 공부는 어렵고 머리 아픈 일, 해야 하는 일이기만 했는데 이곳에 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글을 배우고 공부를 할 수 있기를 가슴 절절하게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 감동이었다.


한편, 늘솔학교 송년회도 다가왔다. 올해는 특별 코너도 있었다. 바로 선생님들끼리 서로 선물을 챙겨주는 마니또였다. 미리 제비 뽑기로 마니또를 정하고 송년회날 선물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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